역시 '차이나 파워'다. 글로벌 기업공개(IPO)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은 주식시장을 통해서도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4대 국영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은 6일(현지시간)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서의 주식 공모가격을 각각 주당 3.20홍콩달러(미화 41센트)와 2.68위안(미화 40센트)으로 확정했다. 15, 16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신규 상장될 농업은행은 이번 공모로 192억1,000만달러를 조달하게 됐다. 여기에 전체 공모주의 15%만큼 추가 발행할 수 있는 초과배정옵션까지 행사할 경우, 이 은행이 이번 IPO를 통해 거둬들일 자금은 최대 221억달러(약 27조원대)가 된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IPO기록은 2006년 중국 공상은행이 세운 219억달러. 같은 중국계의 농업은행이 이번에 세계 IPO 역사를 새롭게 고쳐 쓰게 된 것이다. 농업은행은 시가총액도 약 1,500억달러에 달해 전세계 금융기관 가운데 4위에 오르게 된다. 현재 1위는 중국공상은행, 2위는 중국건설은행, 3위는 HSBC여서, 세계 시총 4대 은행 가운데 3곳을 중국의 은행들이 독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농업은행 IPO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해 대기하고 있던 어마어마한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농업은행의 홍콩증시 공모에는 카타르투자청(28억달러) 쿠웨이트투자청(8억달러) 스탠다드차타드(5억달러) 라보은행(2억5,000만달러) 싱가포르테마섹(2억달러) 등이 참여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유럽 시장이 동요하고 있는 반면, 투자자들이 중국을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그리고 자본시장에서 신흥시장의 높아진 위상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PO시장은 이제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신규상장은 엄두도 내기 힘든 상황이고, 미국 역시 '글로벌 더블딥'우려 속에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황. 그러다 보니 중국만이 독야청청하고 있는 형국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PO자금들이 오로지 중국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과 유럽 재정위기 와중에도 중국기업들은 올 상반기에만 176개사가 상하이와 심천 증시에 데뷔했다. 이들이 공모를 통해 빨아들인 자금만 314억달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올 한해 중국기업의 IPO 규모가 작년보다 2.7배 증가한 738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증시가 곧 '세계 최대의 IPO 시장'이 될 것이란 얘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세계 증시의 신규상장 기업 가운데서 중국 기업의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에는 4분의1이었으나 올해는 3분의1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도 강화된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자에 나서고 있어, 농업은행을 포함해 중국 대형은행들은 약 600억달러의 투자자금을 모집할 전망이다.
중국 농업은행 IPO를 비롯해 중국 시장이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 태풍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리 증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과거 중국 공상은행 IPO 당시엔 국내에 들어와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 중국 쪽으로 이동한 바 있다.
삼성증권 유재성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고 또 유럽에서 이탈한 자금이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며 "중국의 하반기 IPO 및 증자 물량의 70% 가량이 집중돼 있는 7~8월에는 중국 증시의 물량 부담이 크지만, 농업은행 IPO만 마무리되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중국 시장이 쏠리는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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