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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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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이모

입력
2010.07.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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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석 달 만에 친정엘 갔다. 친정엔 조카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하는 아이 이모가 둘이나 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엔 좀 수줍어하던 아이는 이내 이모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좋다고 깔깔대며 이모 손을 잡더니 엄마는 나 몰라라 하고 산책까지 나갔다.

돌이켜 보면 아이는 이모들을 만난 처음부터 유독 살갑게 대했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이웃 사는 아주머니나 할머니가 말 좀 붙일라 치면 연신 "아냐" "시여" 하고 도리질을 하는데 참 희한한 일이다. 이모보다 이웃 아주머니를 더 자주 보는데도 말이다. 어른들은 그래서 달리 핏줄이냐고들 하신다.

진화심리학에서 핏줄은 특히 관심을 끄는 연구소재다. 타인과 자신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연결고리가 확실할수록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거나 이타적인 행동을 하도록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러 친척마다 이 연결고리의 확실성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그 차이가 여러 친척에게 느끼는 친밀감을 각기 다르게 만든다는 연구도 나왔다.

저명한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삼촌(백부나 숙부)의 자식인 친사촌, 고모의 자식인 고종사촌, 외삼촌의 자식인 이종사촌에게 얼마나 이타적인 행동을 할 의향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종사촌을 도울 의향이 가장 컸고, 다음으로 외사촌과 고종사촌이 비슷하게 나왔다. 친사촌을 돕겠다는 응답은 가장 적었다. 이 연구에서 응답자가 각 사촌과 사는 곳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통제됐다.

연구팀은 이를 무의식적으로 부성(父性)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해석했다. 진화심리학적으로는 자기 핏줄일 가능성이 확실한 모계 쪽 친척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 아이가 이모에게 보인 남다른 친근함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조사를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본 전중환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는 "이종사촌을 도울 의향이 가장 높은 건 동일했으나, 친사촌을 도울 생각이 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 게 두드러진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친사촌에게 좀 더 마음을 쓰게 된 까닭은 동양 문화권의 특성상 관혼상제 같은 집안 행사에서 친가 쪽 친척을 만날 기회가 더 잦기 때문이라고 전 교수는 추측했다.

분석이 여기까지 미치니 일이 바쁘다, 몸이 피곤하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로 석 달이 지나도록 친정에 들르지 않았던 게 후회됐다. 이 여름이 가기 전 꼭 아이와 처음으로 바다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아이 이모들도 함께 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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