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에 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을 둘러싼 외교전이 고비에 이른 듯하다. 정부 당국자는 그제 안보리 결의 또는 의장 성명의 초안을 복수로 만들어 관련국에 회람시켜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별도 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리가 어떤 대응조치를 택할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애초 결의안보다 의장 성명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됐다. 그게 북한 편을 드는 중국과 타협하기 쉽다. 따라서 협상의 관건은 북한의 책임을 묻는 뜻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타협하는 것이다.
■ 정부 당국자는 타협의 산물인 최종 문안은 "간단명료하지 않고 복잡한 문구가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문장의 앞뒤를 연결해 전체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G8 정상의 공동성명이 그렇듯, 부분적 표현보다는 전체 문맥을 통해 북한의 책임을 묻고 비난하는 형식이 될 것을 미리 알리려는 의도로 비친다. 기대를 낮추는 동시에, 정부의 외교 노력 자체를 시비하는 이들의 왜곡된 폄하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G8 공동성명에 대해 한국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북한 비난 성명'이라고 전했으나, 진보 언론은 '천안함 공격규탄 성명'이라고 달리 보도했다.
■ G8 성명은 국제조사단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한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며 책임자들을 적절히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의 진상규명 노력을 지지하고, 북한은 어떤 공격이나 위협도 삼갈 것을 요구했다. 북한을 지목해 비난한 것까지 좋은데, 뒤로 갈수록 단호한 표현과 멀어져 어정쩡하다. 외신은 러시아가 더 강한 표현(stronger language)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버티는 안보리의 대북 성명은 그보다 더 무를 수밖에 없다.
■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국은 천안함 사태의 진실에 일부러 눈 감고 있다"고 비난했다. 피차 조심스런 사이에 '대놓고 뺨을 때렸다'는 논평이다. 그는 안보리는 북한 소행을 명백(crystal-clear)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항공모함 전단의 서해 훈련도 북한을 겁주고 중국의 타협을 재촉할 목적이다. 이런 한미 양국의 노력을 "긴장을 높인다"고 나무라고, 안보리 협상의 우여곡절을 지레 '외교 실패'로 규정하는 이들이 있다. 내놓고 북한 소행을 부인한다면 또 모를까, 마냥 조용히 참는 게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말하는 건 아주 위선적이거나 지독한 이기심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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