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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스트레스는 암환자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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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스트레스는 암환자의 적

입력
2010.07.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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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암으로 투병하는 분을 흔히 보는데 건강한 사람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4명 가운데 1명은 암이 내 자신의 일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 암 진단을 받으면 차마 믿지 못하는 부정의 단계를 겪게 된다. 마침내 최종 확인이 되면 왜 나에게 이런 암이 생겼는지 주위에 화를 내는 '분노 단계'를 경험한다. 분노 후에 치료가 잘 되면 열심히 살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협상 단계'를 거친다. 그 후 건강을 잃고 직장과 가족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는 '우울 단계'가 온다. 마지막으로 의욕이 생기면서 치료를 한번 받아 보자고 용기가 생기게 되는 '용납 단계'에 이른다.

이처럼 각 단계마다 암환자는 많은 정서적인 문제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한다. 암환자의 디스트레스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디스트레스 관리를 암 예후에 직간접적 영향을 초래하는 중요한 치료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 자체가 암 발병의 직접적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가 치료 반응을 떨어뜨리거나 늦춤으로써 암 재발과 생존율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동물에 암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주었을 때, 암 세포 주변에 암의 악화와 전이의 위험성을 높이는 신생혈관들의 생성이 늘어난 결과를 보였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정신심리치료를 시행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암환자의 디스트레스 관리는 암투병 과정의 적응을 높이기 위한 차원을 넘어 이제는 암 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암환자가 겪는 디스트레스의 3대 증상은 우울, 불안, 불면이다. 기존의 연구 조사에서는 암환자들이 일반인보다 매우 높은 비율로 우울, 불안, 불면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암환자의 우울증 위험도는 일반인의 4배에 달하며, 20~40%는 심각한 디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09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42%의 암환자들이 우울과 불안증을 실제로 겪고 있거나 향후 이러한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간과돼서는 안 되는 것이, 암환자 가족의 스트레스다. 암환자 치료에서부터 회복기까지, 암환자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족의 경우 장기간 간병으로 인한 피로와 임종을 앞두고 겪는 정신적 슬픔 등으로 인해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 환자 가족에 대한 정신 건강도, 암환자 치료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을 방문하면 정신종양전문의와 전문 임상심리사, 정신종양간호사로 구성된 팀으로부터 전문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삼성서울병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내 의료기관에서 이와 같은 전문클리닉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암환자와 가족들은, 이러한 전문클리닉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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