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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가자, 멋진 신세계 트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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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가자, 멋진 신세계 트윗으로

입력
2010.07.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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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140자 정도를 주고받는 트윗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민의의 장을 펼치자, 정부도 이 뉴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곧 물러난다는 이동관 청와대 수석도 트윗을 하기로 했다 하고, 최근 문을 연 박근혜씨의 그것은 최단 기간에 팔로어가 수만 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SBS 프로그램 에 그것이 무엇인지 소개된 지 수개월, 이젠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주류 언론에서 글 한번 잘못 쓰면 무수한 트윗 논객에 의해 반박을 당하고, 이름은 그럴싸했지만 막상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손들어 보세요'정도 하다가 조용히 밀려난 인사도 허다하다.

심리학자로서 트윗에 몰두하는 유형을 보면 심지어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대인관계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자신을 따르는 팔로어 숫자는 수 만명인데 본인은 단지 수십명만 팔로우 하는 경우, 이러한 유형의 트위터들은 깊이있는 대인관계를 즐기고, 자신이 미치는 영향력에 만족하는 듯 보인다. 다분히 내향적인 성격으로 보이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터이다. 이 분들의 손에서는 신변잡기도 멋진 수필이 되고, 시시때때로 통찰력 있는 글이나 가치 있는 정보를 올리는 것을 중시한다. 그러나 가끔 지나치게 나르시즘적 주장으로 물을 흐리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본인이 팔로우하는 사람도 본인을 팔로우하는 사람도 수천 수만 명인 트위터들의 경우. 대인관계의 양이 질을 구축하는 경우다. 이들의 트윗은 모르긴 해도 같은 시간대에 수백 개의 글이 휙휙 지나갈 것이다. 그걸 다 어떻게 읽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낮으로 트윗을 한다. 정보 자체의 생산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중계, 의견의 확대에 능하며,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자신의 인적 지분을 늘려나간다. 기본적으로 외향적이고 명함 수집가들인 이들은 때론 특정 단체의 홍보에 열중하거나 트윗을 팬클럽 관리 장소로 사용하여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트윗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새로운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소박한 맞팔(글 나누기)을 하거나, 이거다 싶은 진짜배기 글을 만날 때이다. "사람은 누구나 낮은 단계의 성취를 이루는데도 지옥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한계점을 넘어서야 하고, 당분간은 그것으로 버티지만, 곧 나태해지기 전에 다시 지옥을 헤쳐나가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축구 한 가지만 보더라도)." 작가 황석영 선생이 최근 트윗에 남긴 글이다. 이런 글은 읽는 순간 뜨끔해진다. 누구누구에 관한 언급이 아니라 본인의 오리지널이며, 스스로 지옥을 헤쳐나간 자만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윗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권력을 분산시키며, 140자 안의 짧은 창에서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소비자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만나게 하는 사통팔달의 아고라를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트윗을 순발력 있게 잘 활용한다면 실시간 가능한 대국민 비상연락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나 몇몇 의원들이 기존의 공직윤리지원관들에서 하듯 트윗을 개인 사찰의 도구로 이용하거나 시시한 낙서장이나 자기 중심적 일기로 만든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 터. 청와대가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신중한 고려 끝에 소셜 미디어에 입성하기를 바란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라기 보다는 '가자 멋진 신세계 트윗으로.' 트윗의 선택성은 또 다른 세계를 영접하게 하는 세일러문의 봉. 그 누구든 실제로 트윗을 해 보면, 말 그대로 참새무리와 같이 짹짹거리지만, 또한 무림 고수들이 판치는 이 세상의 정글이라는 것을 쉽게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심영섭 영화평론가ㆍ대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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