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형 건강검진… 암을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암 치료를 받기 위해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를 찾아갔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인들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몰려올 것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이 센터 개소 20주년을 맞아 자신 있게 한 말이다.
지난 5월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사는 마이클 스타풀로스(63ㆍ치과의사)씨는 지인에게서 한국의 의료수준이 높다는 말을 듣고, 미국 현지 서울아산병원 LA사무소에서 상담을 받은 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스타풀로스씨는 굳이 서울아산병원까지 와서 건강검진을 받은 이유에 대해 "의료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가, 검진 비용도 비싸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건강검진으로 매년 400명 암 진단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가 2000~2009년 10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38만 여 명을 분석한 결과, 건강검진을 통해 처음으로 암을 발견한 사람이 2000년 181명에서 2009년 404명으로 10년 사이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9년 건강검진을 통해 처음으로 암을 발견한 404명 가운데 위암 진단을 받은 46명을 추적한 결과, 41명(89.1%)이 조기 위암, 5명(10.9%)이 진행성 위암으로 최종 진단됐다. 정기 건강검진을 거쳐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중 9명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조기 위암이었던 것이다.
조기 위암은 암세포가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돼 전이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내시경절제술이나 복강경수술 등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에 암세포가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이나 장막을 침범한 진행 암인 경우에는 암세포가 림프절이나 간이나 폐 같은 주변 장기로 전이될 수 있으므로 대부분 수술치료와 더불어 항암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따라서 조기 위암에서 진행 암으로 이어지면 암 환자와 가족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의 최근 3년간 인구 10만 명당 암 발견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818.1명, 2008년 1063.2명, 2009년 982.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07년 인구 10만 명당 전국 병원에서 발견한 신규 암 환자 329.6명을 3배 가량 앞섰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단일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우리나라 전체 신규 암 발생률의 3배에 달하는 암을 발견해 냈다는 것은, 우리 병원이 조기 암 발견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소장은 "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기 건강검진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비율도 크게 늘고 있는 만큼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검진 받으러 한국행 러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6,600㎡ 규모의 쾌적한 환경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자랑한다. 46명의 전문의를 비롯한 200여 명의 의료진이 자주 발생하는 질병을 선별 검사하고, 기본 건강검진과 프리미엄 건강검진, VIP 건강검진 등 다양한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밖에 암 진단과 관리에 비중을 두고 악성 종양 의심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선진 의료프로그램도 이곳만의 자랑거리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외국인 건강검진 실적에서도 국내 선두 자리를 지키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지난 해 미국과 캐나다·러시아·중국·몽골 등 25개국에서 950명의 외국인이 이곳을 찾았다. 건강증진센터을 찾아 선진시스템을 배우고 간 외국 의료진의 숫자도 37개국 500명을 넘어섰다.
최 소장은 "단순히 건진 비용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절대 외국인들을 불러들일 수 없다"며 "그들을 국내로 유치하려면 무엇보다 의료의 질이 우수하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 신뢰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지난 해 8월 LA에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올 5월 중순에는 국내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로써 교민은 물론이고, 현지인도 의료상담을 통해 건강검진을 비롯한 서울아산병원의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신속히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고객은 일대일 상담을 통해 최적의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으며, 검진을 받기로 결정하면 항공권과 숙박권 예약 등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는다. 또한 건강검진을 받은 뒤 미국으로 돌아와서도 사무소에서 상주하고 있는 의료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통합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외국인의 건강검진 과정에서 암과 같이 중대한 질병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국제클리닉과 해당 진료과가 신속히 연계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계획을 세워주고, 환微?본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현지 병원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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