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지 16년 되는 날이다. 당시 북한 체제가 당장 붕괴될 것처럼 보는 상당수의 외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체제는 그 후로도 16년을 버텨왔다. 물론 근근이 버텨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그 기간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체제가 직면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오늘은, 고난의 시절을 버텨왔다는 긍지와 함께 50년 전 아버지가 내건 구호인 '고깃국에 이밥'을 다시 꺼내야 하는 유쾌하지 않은 하루일 것이다.
당 대표자회 44년 만에 개최
최근 들어 북한체제 권력 내부에 많은 변화가 닥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9월 초에 개최될 3차 당 대표자회가 관심의 초점이다. 1966년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아 폐지된 것으로 이해되던 회의다. 당 대표자회는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발생하는 중요한 현안이나 조직 개편을 처리하기 위한 절차다.
44년 만에 열리는 3차 당 대표자회는 그 자체로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1958년 1차 당 대표자회는 이른바 '8월 종파사건' 이후 당 조직 개편과 대규모 인사 필요성 때문에, 1966년의 2차 당 대표자회는 대외 정세 악화에 대한 대응과 당 총비서제 신설 때문에 열렸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노동당의 조직 정비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후계구도와 관련한 대체적인 윤곽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표자회는 향후 상당기간 북한 권력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대대적인 당 조직 정비, 특히 당내 주요 직위에 대한 인사도 이뤄질 것이다. 1980년 10월 6차 당대회 이후 30년 동안 당대회가 열리지 않아 공식적으로 당 조직 정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당의 실질적인 최고 핵심기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김일성, 오진우가 사망한 후 김정일 위원장 혼자 버티고 있다. 당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당 군사위원회 위원, 당 비서 중 상당수가 사망 등으로 공석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당 핵심 인물들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와 새로운 권력구조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이 당의 부활, 당 조직의 부활이 될지도 관심사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선군정치가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약화됐던 당의 역할이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의 제자리 찾기가 당장 '선군'의 역할을 축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의 부활이 바로 체제의 위기의식을 해소하고 경제 상황의 개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의 정상화는 북한체제의 안정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할 것인가? 반드시 그렇게 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우선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관리체제가 등장하고, 그 속에서 김정은 후계체제가 점진적으로 준비될 가능성이 크다. 장 부위원장에게 후계체계 구축과정의 중간관리자, 징검다리 역할이 부여될 것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장 부위원장이 정치국 위원에 진출할 가능성도 크다. 3년에서 5년 정도 장 부위원장의 관리체제가 가동되고,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공식적 지위를 부여 받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후계구도다.
새로운 권력 판짜기 대비를
최근 들어 북한 권력 구도와 인사에 큰 변화의 회오리바람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그 바람은 세대교체 인사와 후계체제 구축을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베일에 싸여 있으나, 곧 구체적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것인지, 서울을 방문해 경제시찰을 한 장성택이 후계구도에서 관리자로서의 어느 정도의 역할을 부여 받을 것인지 등 향후 북한 체제의 변화를 가늠할 포인트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에서 새로운 권력 판짜기가 이뤄질 9월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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