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직의 쇄신을 지시했다. 지휘ㆍ보고 체계의 규정, 업무 매뉴얼 정비, 연고 인사 차단 등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을 총리실이 사달이 난 뒤에야 쇄신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더구나 정 총리의 지시는 이 부서의 존속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쇄신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 그의 다짐대로 퇴임 전까지 국정 운영에 매진할 생각이라면 쇄신과 함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폐지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옳았다. 이 부서가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을 믿고 준동하여 국민에게 끼친 폐해와 이번 파문을 보며 국민들이 느꼈을 두려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암행 감찰 활동으로, 또는 그 존재만으로 일정 부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며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영장도 없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공직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함부로 훼손하는 등 불법과 일탈을 일삼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에 관한 대통령령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활동 범위를 포괄적으로 '공직 사회'라고만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이 부서의 전횡을 용인하고 말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처럼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 및 감찰 관련 조직들이 초법적 권력을 행사할 여지가 없는지 관련 법규와 기관별 업무ㆍ기능을 재점검해야 한다. 중복 업무나 부서는 통폐합하고 역할과 기능은 분명히 구분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상시적 공직자 부정부패 감시ㆍ감찰 시스템은 작동케 하되 법이 정한 범위와 절차에 따라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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