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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조두순 사건 한달, 그 학교 다시 가보니…교내 경비 충원커녕 CCTV 숫자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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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조두순 사건 한달, 그 학교 다시 가보니…교내 경비 충원커녕 CCTV 숫자도 그대로

입력
2010.07.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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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제2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A(8)양이 치료를 받고 있는 병실을 찾았다. 열흘 전쯤 기자가 선물한 스파티필룸 화분이 병실 창가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공기정화로 환자 건강에 좋다고 해서 병원 앞 꽃집에서 산 것이다.

제2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 이날 A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조금씩 안정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복도 한 편에서 엄마를 부르는 A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A양은 휠체어를 타고 있지 않았다. 보조기구에 의지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A양의 어머니는 "이제 아이가 병실에만 있지 않고 병원 안을 동생이랑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A양은 이날 기자를 향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총총히 지나갔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전보다 많이 밝아졌지만 아직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양의 아버지도 분노의 감정을 다독이고 다시 회사에 출근하는 등 정상생활로 돌아갔다. 학교 운동장에서 납치돼 벌어진 일이라 사건 초기 학교의 안전부재에 극도의 울분을 토했던 그였다.

A양 가족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고통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또는 달라질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건 직후 위험에 노출된 학교 환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교육당국과 경찰이 백화점식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6일 오전 다시 찾아간 A양의 초등학교는 한 달 전 끔찍한 사건을 겪은 곳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별로 달라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당국이 출입자에 대해 반드시 교무실에서 방문증을 받도록 각급 학교에 지시를 내린 지 오래지만 정문에는 안내푯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제지하는 사람도 없어 사건 발생 당시 성폭행범 김수철(44)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 봤다. 김수철이 범행대상을 찾기 위해 운동장을 배회했던 것처럼 운동장을 크게 2, 3번 가로질렀다. A양을 납치한 장소인 운동장 한 켠 놀이터에 앉아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이후 100m쯤 떨어진 학교 건물로 다가갔다. 열린 창문 너머로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도 들어가 5분간 왔다갔다했을 때에야 배움터 지킴이와 접촉할 수 있었다. 기자가 학교 건물 안팎을 돌아다닌 지 25분여만이다. 아마도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이었던 듯했다. 김수철은 학교 안에서 약 1시간 정도 있다가 A양을 납치했다.

퇴직 경찰관 출신인 배움터 지킴이 김모(60)씨는 "경비를 서는 상주인력은 고사하고 학교 방범을 위한 폐쇄회로(CC)TV 숫자도 사건 발생 이전과 똑같다"며 "변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설치된 CCTV는 모두 5대. 한 대는 학교 정문을 비추고 나머지는 운동장과 학교 뒷문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학교에 들어서 배회하는 동안 누구도 낯선 외부인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 학교의 교장은 "교무실에서 감시카메라를 모니터링 하는데 교감이나 교사가 계속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모니터링 직원을 따로 채용하지 않는 한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에서 아들의 하교를 기다리던 정모(43)씨는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무엇인가 크게 개선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학교 안을 순찰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경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은 "교육청에 (경비인력을) 1명 더 충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무소식"이라며 "오후 4시 야간 경비 교대 시점에는 30여분간의 공백이 생기면서 정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게 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하교를 위해 정문으로 몰려나왔다. 학부모 지킴이가 자원봉사로 하교시간 학교주변을 둘러본다고 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꽤 많은 아이가 홀로 집으로 향했고 일부 어린이는 김수철이 A양을 끌고 간 길을 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뒷모습이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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