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오버(Cross Over)'. 한 장르에 이질적인 요소가 결합돼 새로운 형태가 탄생하는 것을 뜻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특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크로스 오버'를 들 수 있다.
세계 축구는 그간 남미와 유럽세가 양분해왔다.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을 '남미 스타일'이라고 평했고,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선 굵은 축구를 '유럽형'으로 지칭했다. 그러나 이런 분류는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됐다.
남미 선수들의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남미 축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회 초반 남미의 초강세가 이슈가 됐지만 아기자기한 남미 전통 스타일을 고수한 팀은 없다. 브라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패로 끝났지만 카를로스 둥가 감독은 공격적인 브라질 전통 스타일에 유럽형 실리 축구의 접목을 시도했다. 40년 만에 준결승에 진출한 우루과이도 중앙에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수비를 강화한 신중한 전술을 구사했다. 파라과이는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하고 전원이 수비에 집중하는 유럽식 수비 축구를 구사했다.
1970년대 이후 상반된 스타일을 유지했던 독일과 네덜란드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독일은 네덜란드화됐고, 네덜란드는 독일화됐다. '토털 사커'는 네덜란드가 원조다.
그러나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토털 사커의 진수는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보여주고 있다. 반면 네덜란드는 전방위에서 압박을 가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독일식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포지션 파괴는 더욱 가속화됐다. 공격수에게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요구되고 수비수도 골을 넣을 줄 알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우루과이의 측면 공격 중심은 수비수 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다. 브라질의 마이콩은 측면 수비수라기보다는 날개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다. 네덜란드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는 플레이메이커지만 도움보다 골이 많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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