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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1부 (2) 중기 하소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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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1부 (2) 중기 하소연 백태

입력
2010.07.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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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작정 납품가 깎고… 환율부담 떠넘기고… 거래처 확대 막고

경기 안산시의 부품 업체 A사는 최근 '품질 점검 및 업무 지원'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원청기업으로부터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파견 나온 대기업 직원은 마치 영장이라도 가진 검찰 직원처럼 회사 경영 상황을 꼬치꼬치 캐 물으며 숟가락 숫자까지 파악했다. 대기업 직원의 손에 있던 것은 지난해 A사가 마지 못해 제출했던 원가 계산서. 대기업 직원은 원가 계산서 세부 항목 등을 일일이 장부의 수치와 대조해가면서 확인했다. 결국 A사는 이러한 '업무 지원' 이후 납품 단가를 7%나 더 인하해야 했다. 김모 사장은 "대기업이 납품 업체들의 원가 변동, 인건비 비중, 이익률을 손금 보듯 파악한 뒤 단가를 후려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대기업과 거래하는 납품 기업들의 이익률이 놀랍게도 일치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청기업 횡포에 중소기업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기업호민관실에는 이와는 딴판인 하청기업들의 하소연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외치지만 정작 한국에선 오랜 관행이란 이름으로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며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6일 기업호민관실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불공정 거래와 관련,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대기업의 원가 계산서 요구다. 기업호민관실 관계자는 "외국에선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납품 받는 회사의 원가 계산서를 요구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도 우리나라에선 거의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납품단가 결정에서 중소기업들이 협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납품업체들이 적자가 날 것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무리하게 납품 단가 인하를 강요, 무리를 빚고 있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특허를 비롯한 지적 재산권을 공유할 때만 물량을 주는 것도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가로 막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기업에 특허를 갖다 바쳤더니 대기업은 이를 다른 경쟁 업체에게 넘긴 뒤 단가 조정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고발했다.

'선 가격 입찰, 후 성능 평가'도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다. 성능 평가 통과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해야 하는 데도, 일단 가격 입찰을 실시한 뒤 성능 평가를 한다는 것. 이 경우 최종 납품권을 따 낸다고 하더라도 결국 탈락 업체의 최저 입찰가로 납품할 것을 강요받기 십상이다.

구두 발주와 구두 취소도 중소기업들에게는 독이 되고 있다. 판촉물 업체인 B사는 2년전 대기업의 협력업체에서 전국 전자 대리점에 납품할 판촉용 시장 바구니 6만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대기업은 수개월이 지나서야 2만개만 받아줬다. 나머지 4만개는 아직까지 B사의 창고 한 구석에 쌓여 있다. B사 관계자는 "대기업 전자 대리점 로고가 이미 인쇄되어 있어 다른 곳엔 팔 수도 없다"며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제작을 한 터여서 법적으로 싸우기도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특정 대기업 한 곳에만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것도 우리 중소기업들의 고충이다. 다른 대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사람 빼 내가기, 환율이나 유가변동 부담 떠 넘기기, 기획 아이디어 도용하기 등도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의 피를 끓게 하는 사안이다. 기업호민관실 관계자는 "대ㆍ중소기업 간 불평등한 양극화 구도가 이젠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의 불만과 분노가 민란으로 폭발되기 직전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계층간 상생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과 바람직한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제보하신 분의 신원은 반드시 보장합니다. 연락처 e메일 : ikpark@hk.co.kr, 전화 (02)724-2421 산업부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양정대 기자 torch@hk.co.k

■ 10년째 차부품 주물공장 운영 50대 사장

6일 새벽 5시 경기 안산 시화산업단지 인근 반지하 빌라. 김모(56) 사장이 10평도 안 되는 45만원 월세 방을 나서 자동차 부품 주물 공장으로 향한다. 원래 김 사장의 집은 서울 신길동.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살던 집을 전세 놓고,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달력만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직원 12명의 월급 3,0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 매월 1억원 정도의 매출이 나지만 원자재 값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건 한 푼도 없다. 특히 최근 고철과 선철 값이 ㎏당 450원에서 550원으로 올랐는데 납품가는 그대로인 탓에 적자를 보고 있다. 리터당 2,000원 하던 수지경화제 가격도 최근 3,000원으로 인상되는 등 부자재 가격도 뛰고 있다.

김 사장은 "인건비를 줄이려고 두 아들과 딸까지 매달려 일하게 했는데 이젠 하청 업체의 비애와 빚 밖에 물려줄 게 없게 됐다"며 "10년전 사업에 뛰어든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2010년 대한민국 중소기업 사장들의 하루는 고달프다. 혼자 힘으로 공장을 세우고 자재와 자금, 인력을 끌어다 제품을 생산하며 어엿한 기업을 일궈도 늘 쪼들리며 살아야 하고 대기업 하청업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소기업 한 게 후회된다"고 하소연 하는 사장들의 모습은 서글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인천 서구 서부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올 초가 지난해보다 특히 더 힘들었다. 납품업체의 주문이 늘긴 했지만 도요타 사태 등의 여파로 강화된 대기업의 품질 기준에 맞추느라 기계를 정비하고 생산설비의 부품을 바꾸면서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할 사람을 찾았지만 작업자를 구하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열악한 공장 환경에 임금도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라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지만 여전히 일손이 달린다. 또 올 들어 오른 원자재 가격은 아직도 납품 단가에는 반영되지 않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사장은 "2월부터 납품단가 인상 요구를 해왔지만 대기업은 묵묵부답이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납품을 못하겠다고 하자 6월부터 겨우 협상 테이블에 나오고 있다"며 "품질, 납기 등은 까다롭게 요구하면서 협력업체의 하소연에는 귀를 닫고 있는 대기업의 행태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처럼 쓰러질 수 없어 페달을 밟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정부, 中企 애로사항에 귀 연다

정부가 6일부터 이틀 동안 이례적으로 6개 부처와 5개 관계기관 등이 참여해 200여 명 이상의 대규모 점검반을 가동,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중소기업 애로사항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그 만큼 현재 중소기업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 관계자는 "대규모로 중소기업 현장을 살핀 것은 2008년 실물경제종합지원단을 꾸려 활동한 이후 처음"이라며 "당시 미국 발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을 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그 때 만큼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관련부처와 산업단지공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수출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계 기관 간부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수출 실적, 무역수지 흑자 규모 등 여러 지표는 경기가 살아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국민들은 이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 중소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대부분 경제 지표는 대기업의 활동에 관한 것이고 이 지표들이 전체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다음 정책을 만들어야 하며 특히 2,3차 협력업체와 내수중심 소기업 등 '공급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는 기업의 상황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장 점검과 함께 1,5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설문에는 자금 조달 상황, 원자재 수급, 인력 채용, 대기업 등 상위 기업과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 등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망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정책 결정에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반영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대규모 현장 점검은 계속할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간격을 줄이지 않고는 나라 경제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간, 계층간 상생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장과 바람직한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습니다. 제보하신 분의 신원은 반드시 보장합니다. 연락처 e메일 : ikpark@hk.co.kr, 전화 (02)724-2421 산업부

박상준기자

■ "中企 직장 만족도 높이기 제도적 지원을"

중소기업의 약 84%가 제때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 152곳의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6%가 '적시에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직무분야(복수응답)로는 생산ㆍ현장직(33.1%)을 가장 많이 꼽았고, ITㆍ정보통신(25.2%), 국내영업(20.5%), 연구개발(18.1%)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력 수급이 어려운 원인(복수응답)에 대해 채용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서'(56.6%)라는 분석을 가장 많이 내놓았고, '기업의 낮은 인지도'(37.5%), '낮은 연봉수준'(27.0%), '상대적으로 넓은 업무영역'(15.1%)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때문에 채용담당자들은 중소기업의 원활한 인력 운영을 위해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41.4%)고 답했다.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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