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50m 전방의 시야도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짙게 깔린 어느 날. 국도는 거북이 운행을 하는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다. 하지만 바로 옆 고속도로 위의 차량들은 제한속도를 꽉 채우며 신나게 질주한다. 이런 극과 극의 상황은 바로 상습 안개구간의 고속도로 분리대에 설치된 안개 제거기 때문. 안개가 짙게 끼면 자동으로 감지해 안개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 지방 상가(喪家)에서 밤샘을 한 뒤 고속도로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던 나꾸벅씨.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해 깜박 졸고 만다.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 갈지 자 운행을 하는 순간, 도로 위에 장착된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 이 뿐이 아니다. 옆 차선을 달라던 다른 차량에게도 "옆 차가 졸음운전을 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전달된다.
아주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불과 6~7년 뒤 우리가 접할 미래 고속도로의 모습이다. 경부고속도로가 맨 땅에 경제의 기적을 일궈냈다면, 이젠 고속도로에 지능을 입히는 새로운 변신이 추진 중이다. 더 이상 고속도로가 바닥에 깔린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말하는 길이 되는 것. 바로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하이웨이'다.
스마트 하이웨이는 정부가 2007년부터 한국도로공사,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등 100여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10년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 첨단 토목기술, IT 기술, 차세대 자동차기술 등을 접목해 빠르면서도 안전한 지능형 미래 고속도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초 2017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정보다 빠른 2014년이면 미래 고속도로에 적용할 핵심기술 개발이 완료될 예정. 5~6년 뒤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시험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무사고, 무정체, 무정차 등 이른바 '3무(無)'를 추구하는 스마트 하이웨이엔 안개 제거, 졸음운전 방지 외에도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도로 노면의 결빙을 방지하는 것.
한겨울에도 1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끌어 올려 보일러처럼 도로 밑을 순환하도록 함으로써 결빙을 막는 기술이 도입된다. 여기에 기상청 날씨정보와 자체 센서 등을 통해 눈이 오는 걸 사전에 인지해서 미리 환경친화적 제설제인 수산칼슘을 분사한다.
무정차 톨링(Tolling)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톨게이트도 사실상 없어진다. 지금은 하이패스 차량의 경우 시속 30㎞ 이내로 운전을 해야 인식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100㎞ 이상 달려도 문제 없다.
20~30분 전 정보를 전해주는 고속도로 교통정보도 3, 5분 전의 사실상 실시간 정보로 대체되고, 정체구간이 생기면 자동으로 우회도로를 알려준다. 박남회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팀장은 "이 모든 것들이 향후 무인 주행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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