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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울린 기부/ 기초생활수급자인 故 고옥례 할머니, 전재산 1100만원 독거노인 위해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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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울린 기부/ 기초생활수급자인 故 고옥례 할머니, 전재산 1100만원 독거노인 위해 내놔

입력
2010.07.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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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어렵게 산 독거노인이 전 재산 1,100여 만원을 자신처럼 힘들고 외롭게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경기 의정부시청에 독거노인 전모(68·여)씨가 한 눈에도 오래돼 보이는 통장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 지난 달 간암으로 숨진 고(故) 고옥례(78) 할머니의 통장이다. 때가 끼고 나달나달 헤진 통장에는 1,100여 만원의 잔고가 있었다. 전씨는 "고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하며 통장을 전달했다.

고인의 이웃과 송산1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고인이 6·25전쟁 당시 가족을 북에 남겨두고 홀로 월남해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식당 일 등을 하며 혼자 생활을 꾸려왔다고 전했다. 2000년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삶을 이어왔다. 통장 돈 역시 지원금을 아끼고 아껴서 모은 것이라고 이웃들은 전했다. .

간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온몸에 퍼진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 고인은 음식도 삼키지 못할 만큼 허약해진 몸으로 이웃 독거노인들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전씨는 "평소 '나라에서 주는 생활비가 감사한데 보답할 길은 없어 미안하다. 어차피 죽으면 주고 갈 자식도 없으니까 나 같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돕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할머니가 눈을 감은 곳은 의정부에서도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들이 많은 지역으로, 고인의 마지막 보금자리 역시 보증금 없는 월세 3만원짜리 단칸방이었다. 고적했던 삶을 말해주듯 그가 지닌 사진은 주민등록증 증명사진이 유일했다.

의정부시는 고 할머니의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임지혜 송산1동 사회복지사는 "어떤 기부금보다 값지고 귀중한 기부금이라 가슴이 찡하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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