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22> 남자 41·여자 39, 결혼에서 가정환경이 배제되는 나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22> 남자 41·여자 39, 결혼에서 가정환경이 배제되는 나이

입력
2010.07.06 13:35
0 0

K씨는 40대 초반의 미혼남성입니다. 아버지는 서울 강남에 빌딩 몇 채를 소유한 재력가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빌딩을 관리하고 있고요. 대학중퇴 학벌에 별다른 직업이 없는 그는 아버지 덕에 백수신세를 면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물론, 주변에서도 장남인 K씨가 아버지에게서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으리라고 예상합니다.

결혼이 늦어져도 큰 걱정을 안 한 이유이지요. 이런 상황이 결혼의 좋은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짐작한 것입니다. 올 들어 수 차례 맞선을 보면서 K씨는 “다른 일을 해본 적은 없나?”, “남들처럼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안 해 봤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빌딩관리 말고 다른 일을 해 본 적이 없고, 직장에 취직할 뜻도 없는 K씨입니다. 왜 여성들이 자신의 경제력에는 별 관심이 없고, 쓸데없는 직업타령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배우자 선택, 가족의 영향력, 결혼 후 가족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결혼문화에는 전통적 가족혼의 요소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K씨의 사고방식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족, 특히 부모의 경제력은 자식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K씨는 여유를 부릴 처지가 못 됩니다.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배우자 선택조건 중 가족의 영향력은 결혼 당사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집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직업, 형제ㆍ자매의 직업 등이 좋으면 결혼이 잘 이뤄집니다. 그러다 어느 연령대를 기점으로 그 영향력이 확연히 줄어들게 되지요.

규모를 갖춘 결혼정보회사는 체계적인 틀로 회원들을 관리합니다. 회원의 프로필을 기준으로 산출한 배우자지수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등급화라는 일각의 오해도 없지 않지만, 사회통념상 배우자 선택 시 감안하는 다양한 기준들을 종합한 배우자지수는 한국식 결혼문화의 단면을 정확히 드러냅니다. 배우자지수는 소득, 직업 등 사회경제적지수, 키나 몸무게, 인상 등으로 이뤄진 신체지수, 부모나 형제의 경제적, 사회적 능력을 뜻하는 가정환경지수를 합산한 것입니다. 이 3가지 부분지수가 조화를 이루면서 상대평가의 룰이 정립됩니다.

3가지 부분지수의 비율은 남녀별로 특징이 있습니다. 여성은 신체매력지수, 남성은 사회경제지수의 비율이 높습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남성은 여성의 외모를 많이 보고, 여성은 남성의 직업이나 경제력을 많이 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정환경지수의 비율은 남녀가 비슷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남녀 불문하고 배우자를 선택할 때 당사자와 가정환경을 함께 챙기는 것이 한국적인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가정환경의 영향력이라는 것은 일정 시점에 이르면 아예 배제돼버리고 맙니다. 배우자감으로 상대를 평가하면서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보다는 당사자의 능력을 우선시하게 되는 것이지요. 커플매니저 50명에게 물었습니다. 남성은 41세, 여성은 39세 무렵부터 가족이라는 백그라운드 대신 본인의 능력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가족으로부터 자립해 스스로 결혼의 주체가 되는 연령대가 밝혀진 것입니다. 자립연령이란 무엇일까요? 남성 41세, 여성 39세부터는 결혼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족과 같이 평가 받기를 원한다면 이전에 결혼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역량을 강화해 제 인생에 책임을 부여하라는 메시지가 읽힙니다.

■ 남녀본색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경력 5년 이상 커플매니저 50명에게 배우자 선택 시 가정환경의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고려하지 않는 연령대를 질문했다.

가정환경의 비중이 낮아지는 나이는 남성 37~40세, 여성 35~38세였다. 아예 고려하지 않은 나이는 남성 41세, 여성 39세부터였다. 객관적인 배우자 평가기준인 배우자지수는 사회경제적지수, 신체매력지수, 가정환경지수 등 3가지 부분지수로 구성된다.

남녀에 따라 부분지수별 비중은 다르다. 남성은 52.1%, 24.3%, 23.7%, 여성은 27.8%, 49.5%, 22.7%로 남성은 사회경제적지수, 여성은 신체매력지수의 비율을 가장 중시했다.

가정환경지수는 남녀 각각 23.7%, 2.7%로 엇비슷했다. 남성은 직업이나 경제력, 여성은 외모를 보고, 가정환경은 남녀 모두 비슷하게 본다는 뜻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