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6)씨는 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국가권력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를 느끼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고 말했다. 김씨는 "국가권력의 폭력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비틀어버리는가 하는 참담함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전날 총리실이 내놓은 자체조사 결과에 대해 "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인 줄 알고 조사를 했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며 "조사 대상을 총리실 내부 직원에 한정시킨 채 불법 행위자들의 일방적 의견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리실에서 작성한 '진행 상황 보고' 문건에도 2008년 9월16일 국민은행 노무팀장을 통해 자신이 운영했던 회사의 경영상태를 이미 확인한 내용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윤리지원관실이 자신이 민간인임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려 조사를 받았던 김씨는 총리실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에 대해서도 "검찰은 내 문제(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기소유예를 한 전력이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가능하다면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조사 등 좀 더 객관성이 담보된 기구와 절차에 따라 진실이 규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검찰 수사에 충실히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최근 심경을 묻는 질문에 "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제가 아버지처럼 모시는 선생님이 돌아가시는 등 나의 사회적 삶이 대부분 깨져버렸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액운을 가져다 주는 존재'처럼 생각하면서 기피한다"며 "속히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고 이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조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의 변론을 맡은 최모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군복무 중인 아들이 혹시라도 이번 사건 때문에 군에서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의 선거 운동원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 정치인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나는 권력을 가진 사람도, 여론을 주도할 만한 사람도 아니며 정치권력과 거래를 해야 할 굉장한 재력가도 아닌 일반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생활인인 나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려야 할 만큼 집요하게 조사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가 목적하는 것이 무엇인지 꼭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대통령의 명예훼손 의도에 대해선 지난해 2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제출한 최후 진술서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진술서에는 "통치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나의) 통치자에 대한 관심은 대의민주주의에 따라 주권자가 가지는 관심 정도일 뿐"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에서 보듯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통치자를 입에 올리는 것으로 정치적 불만을 해소했다"고 덧붙였다.
● 김종익씨는
강원 평창 출신인 김씨는 1973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신용감리부장, 가계여신관리부장, 진해지점장 등을 지낸 뒤 2005년 3월 퇴직했다. 이후 국민은행 하청업체인 'KB한마음' 대표로 영입됐다. 2008년 6월18일 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김씨는 사찰을 받은 뒤 같은 해 9월19일 대표직을 사임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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