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준령을 타고 내려온 클래식 음악의 선율이 한여름을 식힌다. 제7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23일~8월 13일 대관령 정상의 알펜시아리조트를 중심으로 강원도 일대에서 3주 간의 향연을 펼친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사무국은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숙원이던 전용관(630석) 확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구성 등을 이뤄낸 올해는 ‘창조와 재창조(Create & Recreate)’라는 주제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를 것”이라고 밝혔다.
강효 음악감독은 “음악은 물론 철학과 일상 생활을 통틀어 영향을 끼쳐온 작품들을 우선했다”며 “정경화(바이올린), 리제 드 라 살르(피아노), 리차드 다니엘푸어(작곡) 등 새 얼굴의 영입으로 음악제가 한결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초빙된 정상급 연주자 46명과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등 100여명에 이르는 ‘대관령 아티스트’의 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행사의 백미인 ‘저명 연주가 시리즈’의 출발을 알릴 곡인 오스트리아 작곡가 다니얼 푸어의 ‘축복받은 자의 눈물’은 음악제의 성격을 압축한다. 2년 전 강효 감독의 위촉을 받은 뒤, 작곡가가 폭우 속에서 헤매다 모차르트의 비석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던 중 자꾸만 떠오르던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 여덟 소절을 발전시켜 완성했다는 곡이다. 서정성 강한 다니엘푸어의 곡은 릴케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시집’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동명의 작품으로도 거듭나 이번 무대에서 소개된다.
중국 작곡가 탄둔의 ‘네 개의 삼중주: 지휘자, 청중과 함께하는 원형’은 지휘자, 연주자, 청중이 원을 이루며 공연, 음악적 제의를 재현한다는 의도를 갖는다. 탄둔은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을 작곡한 이로 유명하다.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젊은 아폴로’는 키츠의 서사시 ‘하이페리온’을 음악으로 만든 브리튼의 작품이 가교 역할을 했다. 작곡가 이자이는 바흐의 바이올린 솔로 소나타 6곡을 모두 재창조, 이번에 그 중 5번이 연주된다.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보다 처절한 비련의 작품으로 만든 야나체크의 동명의 곡도 연주된다. 차이코프스키, 피아졸라 등에게 영감을 준 ‘사계’는 원조인 비발디의 곡으로 선보인다.
재독 작곡가 진은숙씨의 ‘아크로바틱 문자놀이’가 유일한 한국인 작품으로 연주된다. 귀신의 울음소리와 백태스킹이 혼효된 듯한 이 음악은 자음과 모음을 무작위로 결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네버 엔딩 스토리’ 등 즐겨 읽히는 동화 속 이야기를 악몽처럼 뒤튼다. 이번이 국내 초연.
이 밖에 마스터 클래스, 참여 음악가와의 대화, 주목되는 차세대 연주자들을 소개하는 자리, 참가국들의 음악학교 학생들이 꾸미는 음악회 등도 함께 열린다. 강효 감독은 “현존 작곡가의 경우 2년 전부터 작품을 위촉했다”며 “도쿄 콰르텟 등 국내에 미처 소개되지 않은 실력파들을 소개하는 자리로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음악제 진행은 음악평론가 장일범씨가 맡는다. (02)794-157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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