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잘하고, 더 못했는지는 상관 안해요. 도전을 했고, 목표를 이뤘다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6일 오후 1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안디옥 교회 스포츠센터에서는 '2010 수도권 지적 장애인 기능 경진대회'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지적 장애인 및 자폐 장애인 37명이 종이 만들기 실력을 겨루는 종이공작 부문 대회가 시작됐다. 오늘 과제는 커다란 마분지를 재단해 종이 가방을 만들고, 색종이로 하트 및 네잎 클로버를 접어 가방 겉면을 장식하는 것. 일반인들 같으면 30분이면 뚝딱 끝낼 일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자와 연필로 가방을 설계해 가위로 자르고 풀과 테이프로 붙여 내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았다.
오전 11시20분부터 시작된 경기가 제한 시간(2시간)을 코 앞에 두고 있었지만 정작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들은 절반을 겨우 넘었다.
설계 도면을 가위로 자르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정모(18ㆍ여)씨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대회 전부터 많이 연습했는데 정작 대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진행요원이 "과제를 성공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며 정씨를 달랬지만 한번 상심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긴장감은 오히려 대회장 밖에서 더 높았다. 대회장 출입을 참가자들과 진행요원들로만 엄격히 제한하는 바람에 학부모들과 복지센터 지도교사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자신의 아들 딸이, 혹은 복지센터 제자들이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걱정돼 좁은 문틈으로 대회장 안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대회에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지적 장애인 143명(45개 단체)이 참가해 기기조립, 데이터 입력(컴퓨터), 목공, 봉제, 제과ㆍ제빵, 종이공작 등 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뤘다.
대회가 끝난 후에는 엄정한 심사를 통해 부문별로 1~3위 수상자가 나왔지만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열심히 준비해 다른 사람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룬 것 만으로도 큰 성과이기 때문이었다.
6명의 제자와 함께 대회에 참석했다는 인천 하나비전센터 김명옥 소장은 "지적 장애인들은 정상인들보다 경쟁 심리가 부족해 이런 대회가 없다면 교육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열심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자들이 실력도 향상되고 자신감도 얻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대회는 어렵사리 치러졌다. 예산 문제 및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동부로부터 지원받은 2,900만원으로는 대회를 치르기에 턱없이 부족해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다. 그래서 실제 참가를 원한 장애인은 200명에 가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145명으로 참가자를 제한했다. 그나마도 적정인원을 20명 초과한 숫자였다. 경기도지적장애인복지협회 박선자 회장은 "지적 장애인들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용기를 북돋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나고 오후 2시가 되자 비로소 식당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점심식사 시간이 훨씬 지나 다들 배가 고팠을 테지만 과제 수행에 집중하느라 이제야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활기찬 웃음이 가득했다. 봉제 부문에 참석한 이미향(26)씨는 "앞치마를 만들었는데 허리끈, 목끈, 주머니를 완벽하게 달아 기분이 좋다"며 "열심히 연습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 =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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