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거장 피에르 가르뎅이 노골적인 성 묘사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작가이자 바람둥이 사드 후작의 고장 프랑스 라코스테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 호색가 카사노바를 부활시켰다. 바로 가르뎅이 10년 전부터 이곳에서 열고 있는 축제에 카사노바의 삶을 그린 뮤지컬을 개막작으로 내세운 것이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가르뎅이 수천만 달러를 들여 프랑스의 작은 마을 라코스테에서 매년 '라코스테 축제'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카사노바, 베네치아에서의 사랑과 배신'이란 코미디 뮤지컬을 개막작품으로 올린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태생인 카사노바(1725~1798)는 모험가이자 작가로 당시 왕족과 예술가 등 여러 계층과 두루 교제한 여성 편력가로 유명하다. 방대한 소설과 희곡 등을 쓴 사드 후작(1740~1814)은 노골적인 성묘사로 당시 검열의 표적이 돼 일부 작품으로 익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고 한다.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줘 성적 쾌감을 얻는 변태성욕을 뜻하는 '사디즘(sadism)'이란 용어도 사드 후작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가르뎅은 10년 전 마르세유 북쪽 100㎞ 떨어진 라코스테 마을에 있던 사드 후작의 성을 매입한 뒤 해마다 축제를 열어왔으며 올해는 프랑스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부터 8월 6일까지 24일간 열린다. 7일로 88세가 되는 그는 특히 직접 의상을 디자인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공을 들여 공연 애호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뮤지컬은 가르뎅이 사드 후작의 저택에 지은 노천극장에서 공연된다.
사드 후작 성에서 열리는 라코스테 축제는 가르뎅의 취향이 반영된 개인적인 프로젝트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으로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피해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던 가르뎅은 패션계의 거장이 된 뒤, 사랑과 돈을 추구했던 카사노바의 베네치아 저택을 구입할 정도로 카사노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인인 내가 카사노바와 사드 후작의 빌라에서 살고 있다는 게 아주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과 마찰도 적지 않다. 라코스테 마을 주민 420명 가운데 일부는 가르뎅이 축제로 마을을 변모시키려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마을의 상당 부분도 미국 대학 소유로 돼 있다. 미국 화가 버나드 프라임은 1950년대에 라코스테에 매료돼 각종 건물을 매입해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미술디자인대학의 라코스테캠퍼스를 세웠다.
또 가르뎅은 사드 후작의 성 외에 빵집과 갤러리, 상점 등 마을 주변에 있는 건물 40여 채를 잇달아 매입했다. 그는 앞으로도 레스토랑과 호화 호텔, 나아가 골프장도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돈 많은 외지인인 가르뎅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은 그를 수 세기 동안 라코스테에서 군림해왔던 사드 후작과 같은 봉건영주에 비유하면서 탄원서를 내고 편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가르뎅은 마을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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