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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가야의 맛, 미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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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가야의 맛, 미더덕

입력
2010.07.0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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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는 사라진 제국이다. 가야에서 온전하게 제 몸과 이름을 남긴 것은 가야금뿐이지 싶다. 가야금은 12줄 현악기이다. 가야의 가실왕이 우륵에게 가야금을 만들 것을 명했다고 삼국사기에 전한다. 가실왕이 누구인지, 가야금을 언제 만들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가야가 멸망할 때 우륵은 가야금을 들고 신라에 항복한다. 그런 우륵의 행위를 비판하는 역사가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륵이 가야금 속에 자신의 나라를 숨겨 가지고 망명했다고 믿는다. 우륵이 가야금을 버리고 칼을 들었다면 어떻게 가야금이라는 이름이 오늘에까지 남았겠는가.

낙동강에도 사라진 가야가 숨어 있다. 낙동강은 가락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가락은 가야의 다른 이름이다. 얼마 전 바다에서 나는 '미더덕'에 가야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았다. 미더덕은 산에 나는 더덕처럼 향기가 좋아 물에 나는 더덕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생겼다.

그러면 물더덕이 바른 말일 것이다. 가야지역에서만 '물'을 '미'로 발음했기에 미더덕이 되었다고 대학에서 방언학을 가르치는 선배께 들었다. 미더덕은 어려서부터 즐겨먹던 해산물이다. 입안에 넣고 씹으면 그 작은 것에서 짙은 바다의 향기가 툭하고 터져 나와 좋았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내가 미더덕에 열광하는 이유는, '신라의 후예'가 아니라 '가야의 유민'이란 증거일 것이리라.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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