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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들이 터키 눈치 보는 이유는?

입력
2010.07.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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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5일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행 구호선단 공격에 대해 사과하고 희생자 가족에게 보상하지 않는다면 “외교관계가 단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터키인 다수가 희생됐으니 일견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에서 부쩍 커진 터키의 힘을 대변하는 사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스라엘과 이를 후원하는 미국 입장에 기울었던 터키는 최근 반 이스라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근심거리인 이란 핵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지난 5월 브라질과 보조를 맞춰 이란의 우라늄 교환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허를 찔린 미국 등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유엔 안보리에서 대 이란 제재를 다시 결의하자 이란과 브라질은 끝내 반대표를 행사했다.

터키의 정치적 자신감은 경제력 성장과 동행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터키는 국내총생산(GDP)의 16%에 이르는 재정 적자와 72%의 물가 상승률로 고전했지만 이제 내년 재정 적자는 유럽연합(EU)의 목표치인 3%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11%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해 경기 침체로부터 놀라운 회복력을 과시했다. 8% 수준인 물가 상승률 정도가 유일하게 남은 과제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터키가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중동의 황금 수출시장을 이용해 산업계의 허브로 발돋움했으며, 막대한 해외 자금도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까운 러시아와 중동국가들, 특히 서방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에서 적극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중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친서방 노선은 흐릿해진 셈이다.

터키의 EU 가입을 오랫동안 거부해 왔던 유럽은 머쓱해졌다. 재정 적자로 신음하는 유럽은 올해 성장률이 1% 남짓 정도로 예상된다. NYT는 “터키가 경제적으로 뒤쳐져 EU 가입 자격이 없다던 논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제 유럽과 터키 중 누가 더 상대방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전혀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뿐 아니라 터키라는 충실한 대리인을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 등 서방 국가 모두에게, 터키의 성장은 새로운 국제사회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서방은 터키에게 적절한 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과 유럽은 터키가 영원히 얌전한 애원자에 머물 것으로 여겼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활기찬 경제와 정치적 자신감을 갖춘 터키는 과거 서방 국가들에 의해 주어졌던 역할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FT는 서방 국가들이 중동과 이슬람권에서 지도력을 키우고 있는 터키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한다면 순종적인 터키였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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