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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상생 DNA가 결핍된 사회 승자독식 방치땐 미래 '잿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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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상생 DNA가 결핍된 사회 승자독식 방치땐 미래 '잿빛'

입력
2010.07.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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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4조4,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이를 뛰어넘는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ㆍ기아차도 상반기에만 275만여대의 차를 팔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지만 LG, SK, 포스코, 롯데 등 한국의 간판기업들은 지금 더없이 좋은 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 지난달 전국의 부도업체수는 122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이맘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도 최근 40%선을 넘나들고 있다. 지표경기가 호전되고 대기업들의 실적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가 다를 게 없다.

한국이 갈라지고 있다. 경제도, 사회도 예외 없이 둘로 쪼개지고 있다. 소통과 통합은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양극화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금융위기를 벗어났다는 한국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부자와 서민들의 양극화는 점점 더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양극화는 불신을 낳고, 이 불신은 사회통합과 국가경쟁력을 저해한다. "양극화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양극화의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보수적 접근도 있을 수 있고, 진보적 모색도 있을 수 있다. 제도나 법규도 고칠 게 있다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양극화가 낳고 있는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상생'의 문화와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평가다. '갑과 을'의 지배ㆍ종속적 관계를 넘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보듬는 자세, 부자가 서민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주체들의 상생인식이 뿌리 내지리 않는다면, 어떤 제도개선이나 이념적 접근도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상생'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제기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현장에선 한결같이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원자재가격은 최근 1년간 20% 이상 뛰었지만 납품단가는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정권에 밉보이면 5년을 고생하지만 원청 대기업의 눈 밖에 나면 아예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이쪽 정서"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기업 횡포에 못 이겨 정부에 하도급 분쟁 조정을 신청할 경우, 100곳 중 5곳(4.8%)만이 거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붕괴는 빈곤층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한계상황으로 내 몰리면, 대다수 서민들은 소득이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깊어지면 결국 부자와 빈곤층의 양극화도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는 사회적 불신과 반목을 낳고, 이는 곧 정치적 대립으로까지 연결되는 게 오늘날 한국의 현주소다.

양극화가 가져 올 더 이상의 재앙을 막으려면, 대기업과 부자들이 상생의지를 좀 더 실천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금리와 환율이 안겨준 사상 최대 실적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서민들과도 좀 더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주의도, 좌파도 아니다. 한국경제의 승자독식 체질을 상생 체질로 바꾸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제 상호간 성장을 북돋우며 더불어 성장하는 따뜻한 시장 경제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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