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여중생 성추행범이 2심에선 법정구속됐다. 판사가 미성년자 눈 높이에 맞춰 진술을 판단하고, 현장을 찾아가 범행정황을 살피자 180도 다른 결론이 나왔다.
2008년 9월 서울 신월동에서 중학교 영어강사로 있던 임모씨는 수업 중 단어 철자를 틀린 A(당시 15세)양에게 다가가 꾸짖는 척하며 가슴을 만졌다. 내성적인 A양이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자 임씨는 이를 악용해 3개월간 추행을 계속했다. 범행은 말수가 줄고 학원을 회피하는 A양을 이상히 여긴 부모가 딸을 추궁한 끝에 드러났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씨에 대해 A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3㎡(4평)의 교실은 다른 학생 몰래 성추행 하기엔 좁은 공간인데다, 성추행 기간에 A양이 임씨에게 선물을 준 것은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안영진)는 임씨의 9차례 걸친 성추행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법관이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을 할 경우에도 "피해자 진술의 주요 내용이 일관된다면 함부로 그 신빙성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A양은 법정에서 교실배치도를 그려가며 추행 장면을 설명하는 등 정신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험을 일관되게 말하는 만큼 진술의 신빙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성추행기간 중 A양이 임씨에게 선물한 문제는 아이들의 시각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A양은 임씨가 생일선물을 요구해 1,000짜리 볼펜을 줬을 뿐이고, 빼빼로 과자 선물도 다른 강사에게 선물하면서 준 것"이라며 "만약 선물을 임씨에게만 주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을 하기에 좁다'는 교실에 대해서도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장검증을 한 결과, 비록 교실이 좁지만 책상에 칸막이가 있고 강의실 창문도 반투명이어서 몰래 추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 지었다.
강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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