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고배를 든 카를로스 둥가 감독이 브라질 축구 지휘봉을 놓게 됐다. 화려함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승부수가 실패로 귀결된 대가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5일(한국시간) 둥가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6년 브라질은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둥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 현역 시절 주장으로 팀을 이끈 강력한 카리스마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둥가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개인기를 중심으로 한 화려한 축구 스타일을 지양하고 수비와 조직력에 초점을 맞춘 전술을 구사하며 '환골탈태'를 시도했다. 신예를 과감히 발탁하고 자신의 축구 철학과 맞지 않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호나우지뉴(AC 밀란)를 끝내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은 둥가 감독의 고집스러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4년 재임 기간 동안 둥가 감독은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아름다운 축구'로 표현되는 브라질 고유의 색깔을 버린 결정에 대한 회의론이 끊이지 않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둥가 축구'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다. 1980년대 브라질 대표팀의 간판 스타였던 소크라테스는 "브라질 축구 전통에 대한 모욕이다. 16강 진출에도 실패할까 걱정된다"고 '둥가호'의 앞날을 걱정했다. 네덜란드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8강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 경기를 돈 주고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브라질 축구의 마법이 사라졌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둥가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성적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회의론자'들의 비난에 응수했지만 네덜란드에 1-2로 패배하며 설 곳을 잃게 됐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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