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쯤 예전에 방사보가 있었다. 이젠 물길이 뻥 뚫려 아무 흔적도 없지만…."
4일 오후 태화강 하류 명촌교 상단.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강의 한 수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7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의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해 높이 1m의 방사보를 설치했다가 수질 오염과 홍수 조절 능력 저하 등 이유로 2006년 4월 철거했다"며 "방사보가 사라진 뒤 새들이 돌아오고 물고기가 증가하는 등 태화강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태화강을 4대강살리기사업 모델로 지목했다'고 운을 떼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 처장은 "4대강사업은 높이 10m가 넘는 댐 규모의 보를 줄줄이 세우는 사업이지만 이곳은 보를 헐어 강을 살렸다"며 "두 사업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보를 철거하기까지 연구 기관, 학계, 시민 단체의 많은 노력이 있었고, 시가 이를 수용했지만 4대강은 다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차를 타고 20분 가량 상류로 달려 최근 국내 최대 수변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 중구 태화들(44만2,000㎡)에 당도하자 휴일을 맞아 사람들로 붐볐다. 이 공원은 태화강 복원 종합계획이 수립(2000년)된 지 10년을 넘겨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시 차를 돌려 태화강의 샛강 격인 중구 약사천을 둘러봤다. 반구1교 주변에는 소문대로 붕어들이 떼를 지어 상류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한때 5급수까지 전락해 물고기가 살 수 없었다. 태화강이 살아난 것도 이렇게 주변 샛강을 함께 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 처장은 "태화강 복원과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4대강사업이 태화강을 벤치마킹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며 "시가 설명을 잘못했거나 정부가 이해를 못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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