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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장수 이장 전남 해남 상가마을 한상계씨 "딱 한번 한다는게 벌써 41년…성실하게 봉사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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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장수 이장 전남 해남 상가마을 한상계씨 "딱 한번 한다는게 벌써 41년…성실하게 봉사했재"

입력
2010.07.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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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들이 (이장을)한 번만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직 한 번도 안 쉬고 41년째 하고 있소."

4일 낮 전남 해남군 삼산면 상가마을. 집 마당에서 오토바이를 손질하고 있던 이장 한상계(71)씨는 "해남에서 '이장 한상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세상살이 어찌어찌 하다 보니 전국 최장수 이장이 됐다"고 웃었다.

한씨가 마을 식구라고는 22가구 40명이 전부이고, 해남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로 통하는 이 동네 이장을 맡은 것은 1970년. 전임 이장을 포함한 주민들이 "먹고 살아보겠다"며 연대보증까지 서며 빚을 내 벌인 일이 잘못되면서 마을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그러자 아무도 '막걸리 한 잔 값'이 보수의 전부인 이장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결국 동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이 한 번만 해라"며 한씨 등을 떠밀었고, 한씨는 이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장을 하고 있다.

한씨가 지난 40년을 한결같이 마을주민들의 신뢰를 받으며 이장 직을 수행하는 데는 특유의 성실함이 밑바탕이 됐다. 지금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는 한씨는 오전 9시까지 자신의 농삿일을 마친 뒤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면사무소와 농협으로 출근한다. 가족관계부 등 각종 서류 발급 대행은 물론 심지어 은행에서 돈을 찾아다 주는 일까지 마을의 크고 작은 민원들을 대신 처리해 주기 위해서다.

한씨는 이장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90년대 초 삼산면 계동에서 옥천면 백호마을까지 도로확장 공사를 꼽았다. 당시 해남군이 확장공사를 해줄 수 있지만, 대신 부지는 주민들이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자 한씨가 발벗고 나섰다. "당시 상가마을과 중마을, 옥천면의 가성, 용심마을은 도로가 너무 좁아 버스조차 다니지 못했어요. 도로 양쪽 땅 주인이 150명 정도 됐는데 발이 부르트도록 일일이 찾아 다니며 기부채납동의서를 받았죠.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냈나 싶어요."

"이제 그만 쉬실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에 한씨는 잠시 말을 머뭇거리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한 마디 건넸다. "근디 40년을 했는디, 대통령상 하나쯤은 타고 그만 둬도 둬야지 서운하지 않을 것 아니오."

해남=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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