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뒤늦게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당사자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어설픈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그는 처음 총리실에서 김종익씨를 조사할 때는 민간인인 줄 몰랐고, 조사 후 알고는 경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하청회사 대표인 김씨 관련자료를 관할 경찰서에 넘기기 두 달 전에 이미 총리실이 김씨의 사업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과는 동떨어진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크다. 조사 대상자의 최소한의 인적 사항도 파악하지 않은 채 총리실이 조사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법사찰 피해자가 더 있을 수도 있다.
야당의'영포 게이트'규정은 과장된 정치 공세의 성격이 짙다. 그렇지만 이씨의 행동을'영포회'의 존재를 무시하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말대로 위의 지시 없이 오직 제보만으로 직무권한 밖에 있는 민간인을 조사한 것도 그렇지만, 사후 보고와 처리 절차가 지휘계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니 더욱 그렇다. 청와대나 총리실을 비롯한 공직사회가 아직도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공식 계통보다 중시하고, 지푸라기 같은 '줄' 주위에 몰려드는 분위기라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고소영'이나 '강부자' 논란과는 차원이 다르다.
솔직히 총리실의 태도도 의심스럽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는커녕 열흘 넘게 이씨 둘레에 보호막을 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뒤늦게 시작된 총리실의 진상조사가 썩 미덥지 못한 이유다. 청와대의 소극적 자세와 함께 모든 것이 '알아서 기는' 행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갖가지 의혹과 우려를 해소하려면 총리실은 민간인 사찰의 진정한 동기와 부적절한 보고 실태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영포회'라는 사조직의 실상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은 '영포회' 논란을 단순히 공무원 사회의 사조직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 구성원들이 권력을 빙자해 어떤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고 집단적 이익을 도모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