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의 '사이클, 리사이클'전에 걸린 작품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연의 순환과 재생이라는 테마에 맞춰 국내 작가 12명의 작품 100여점을 모았다.
강운씨의 '순수형태_물 위를 긋다'는 아크릴판 위에 놓은 화선지에 단 한 번의 붓질로 내려그은 작품으로, 푸르게 번진 물감 사이로 생긴 수많은 기포 자국에서 자연의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수없이 반복한 연필 드로잉으로 시들어가는 식물의 모습을 애잔하게 표현한 도윤희씨의 'Being'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닳아서 납작해지고 갈라진 색색의 비누를 찍은 사진작가 구본창씨의 '비누' 시리즈는 변화하는 존재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는 "쓰다 남은 비누는 제 각각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얼굴을 닮았다"고 말한다. 김범수씨는 폐기된 영화 필름을 소재로 작업한다. 투명한 입체 패널 위에 잘게 자른 필름을 하나하나 이어붙여 우주 삼라만상을 의미하는 만다라의 형상을 만들었다.
산의 모습을 확대해 추상화처럼 그린 정주영씨, 생기 넘치는 연못 속 잉어를 원색으로 담아낸 박성실씨, 흐릿한 바다 그림을 통해 사색적인 느낌을 주는 박신혜씨의 작품도 볼 수 있다. 22일까지. (02)3479-0114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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