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철에도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을 것이다. 땅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선. 우리나라 해안선의 길이는 대체 얼마나 될까? 자료마다 달라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 해안선이 칼로 벤 듯 반듯하지 않으니, 거리 재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해안선 거리를 측정한다. 또한 조석간만의 차이에 따라 해수면이 달라져서 해안선 길이가 수시로 변한다. 그래서 흔히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은 밀물 때를 기준으로 한다. 2009년 국립해양조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선 길이는 육지에서 6,840㎞, 섬에서 5,910㎞로 총 12,75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긴 해안선을 가졌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은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이라 육지 면적 대비 해안선의 길이가 129%나 된다. 섬나라 일본도 87% 밖에 안된다. 해안선이 길면 장점이 많다. 육지 면적에 비해 해안선이 길면 그만큼 바다에 접근하기가 쉽다. 해양 물류, 해양 레크리에이션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산업과 레저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긴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다양한 생태계는 뭇 생명체의 서식지이자 환경을 깨끗하게 해주는 정화시설이다. 우리나라는 서ㆍ남해안을 따라 갯벌이 잘 발달했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할 만큼 유명하다. 갯벌에 사는 생물은 관리만 잘하면 스스로 늘어나 우리의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화수분인 셈이다. 긴 해안선을 따라 풍부한 수산자원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보물인 줄 모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교수는 "한국은 매우 긴 해안선을 갖고 있어 좋은 어장이 많고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해안을 잘 보호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우리는 역행하는 일을 많이 해왔다. 다른 나라들은 해안선을 더 늘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야자수를 닮은 인공 섬을 만들어 해안선을 늘이고 있다.
우리나라 해안선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해안선 길이가 100년 사이 약 1,90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지도의 해안선을 1910년대 것과 비교한 결과이다. 해안선의 거의 3분이 1이 사라졌다. 특히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안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 1910년대 4,201㎞에서 현재 2,450㎞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구불구불하던 해안선은 많이 직선화되었다. 간척과 매립 등으로 조간대의 갯벌과 염습지, 사구가 사라지고, 대신 끝이 보이지 않는 방파제가 육지와 바다의 경계를 차지하고 있다.
서해안과 남해안의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발달한 갯벌은 질척거리는 쓸모 없는 땅이 결코 아니다. 뭇 생명을 키워내는 기름진 땅이고,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켜주는 파수병이다. 높은 건물과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농경지가 대신 차지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곳이다.
개발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눈에 거슬릴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에서 구불구불한 것이 반듯한 것보다 훨씬 높은 효율성을 갖는 무수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식물의 뿌리를 살펴보라. 물고기의 아가미를 들추어보라. 그 표면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겼는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