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대만과의 양안(兩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체결을 통해 홍콩과 동남아시아(아세안)를 아우르는 대 중화경제권 출범을 선언했다. 또 잇따른 FTA 협상을 통해 중동ㆍ오세아니아ㆍ아프리카ㆍ남미 등지로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걸프만협력회의(GCC)와 호주 등 40여 개국과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경제대국의 입지 강화와 시장 다변화 차원을 넘어 지역주의 리더십 확대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지역주의 리더십 강화
중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와 경제협의체는 8곳에 달한다. 지금까지 7곳과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속도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FTA를 체결한 아세안과 홍콩, 마카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2005년 이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중이다. 속전속결로 FTA 체결국 수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의 FTA 추진전략은 국가와 지역별로는 인접지역과 개도국이 우선이지만, 그 배경에는 에너지 자원 확보와 자국 중심의 지역주의 형성과 같은 전략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
'쩌우추취(走出去: 자국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전략과 시장다변화를 통한 무역마찰 회피, 산업경쟁력 제고 등도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FTA를 지역경제 통합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 자국을 중심으로 지역주의를 형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8년 사이 동남아를 중국경제권에 완전 편입시켜 마침내 홍콩과 대만을 아우르는 대 중화경제권을 출범시켰다.
그렇다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시진핑 부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은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때 마다 왜 한결같이 한중 FTA 협상을 화두로 꺼냈을까. 중국의 FTA 추진 우선순위에서 한국의 위치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자국 중심의 지역주의 형성을 촉진하려는 정치ㆍ외교 전략적 목표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한미 FTA가 성사될 경우 중국 중심의 지역주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아주 우려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주의 질서가 미국 혹은 일본 중심으로 변화할 것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FTA를 서둘러 한미 FTA를 견제하고, 나아가 역내 FTA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을 고려할 때 한중 FTA가 역내 지역주의 질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한국으로서는 향후 미ㆍ 중ㆍ 일의 주도권 경쟁에서 분명한 입장과 대응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역내 정치ㆍ 경제 질서를 고려할 때 한국이 이들과 비경제적 동기의 개입이 없는 순수한 경제적 성격의 FTA를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면서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중국의 싱크탱크 국무원발전연구센터에서는 올해 안에 FTA의 상품분야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5년까지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중국 중심의 경제협력체 형성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을 끌어오는'FTA 도미노 효과'를 기대하면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노리고 있다.
한중 FTA, 개방형 지역주의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중 FTA 체결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오는 기회와 위협에 동시에 대처해야 한다. 한미 FTA와 한ㆍ유럽연합(EU) FTA를 십분 활용하면서, 개방형 지역주의 발전을 지향하는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장학만 베이징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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