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농심 새우깡 마케팅 담당자는 깜짝 놀랐다. 10년 가까이 월 50억원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새우깡의 매출이 15% 가량 뛰어오른 것.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재제염 대신 서해안 천일염을 사용했는데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며 "다른 스낵과 라면에도 국산 천일염을 넣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천일염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탈피를 선언했다. 4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산 천일염이 세계최고 품질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한식 세계화 흐름에 맞춰 천일염 산업을 세계 1등 산업으로 육성하는 내용의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천대한 한국 천일염
외국에서는 암염에 비해 염화나트륨 성분이 낮고 다른 무기질이 많은 천일염을 '태양의 부스러기'라며 찬사를 보냈으나, 천일염은 한국에서는 괄시를 받아 왔다. 1963년 '염 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소금을 '광물'로 분류하는 바람에 국내 대형 식품회사는 이 조항이 바뀌기 이전인 2007년까지는 재제염이나 정제염만 사용할 수 있었다. 광물로 취급 받던 천일염으로 집에서 담근 김치의 맛이 대형 식품회사의 음식보다 뛰어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연간 350만톤 가량의 국내 소금 수요 중 90% 가량은 수입산이 차지하고 국산(38만톤)은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중국산에 섞여 헐값으로 유통되고 있다.
품질은 더 좋은데 가격은 100분의1
천일염 세계화 포럼을 주도하는 김학용 국회의원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을 떠올릴 때마다 분통을 터뜨린다. 과학적 분석 결과,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품질이 게랑드 천일염보다 월등한데도 가격은 50분의1에서 100분의1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한염업조합 관계자는 "세계 3대 갯벌로 꼽히는 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우리 소금의 염분은 낮고 미네랄 성분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세계 소금 박람회'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을 일으키는 염화나트륨 성분이 게랑드 소금은 89.57%인데 반해 국내 소금은 81.75%에 그쳤다. 반면 이로운 마그네슘(9,645mg/㎏) 성분은 프랑스 소금의 3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유해 중금속 성분은 중국 등 저가 소금보다 훨씬 낮았다.
김 의원은 "품질은 더 뛰어난데도 국산 천일염 가격(1㎏ㆍ500원)은 100g에 5,000원 수준인 게랑드 소금의 100분의1에 불과하다"며 "국산 소금의 세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의 새로운 소재
품질 좋고 값도 엄청나게 싼 만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마케팅만 뒷받침된다면 국산 소금이 곧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적절한 마케팅과 가공기술을 축적한다면 부가가치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농식품부는 소금 산업 선진화를 위해 현재 펼치고 있는 '한식 세계화'의 주요 소재로 국산 천일염을 등판시킬 예정이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인 한국 식당에서 국산 천일염을 사용하는 한편, 수시로 게랑드나 남극소금(호주산) 등 고가 소금과의 비교 품평회도 연다는 것이다.
또 국산 소금이 중국산과 섞이지 않도록 쇠고기와 같은 품질 등급화와 원산지표시제, 이력추적제 등의 선진 유통구조를 확립하는 방안도 모색키로 했다.
● 소금의 종류
-천일염: 염전에서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얻은 소금. 지중해와 홍해 연안, 미국 중국 등에서 생산된다. 외국산의 염도는 90% 내외지만 서해안의 것은 80% 내외다. 주로 식용으로 이용된다.
-암염: 돌덩이처럼 땅속에 묻혀있는 소금.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지에서 채굴되며 분쇄와 선별, 가공작업을 통해 공업용과 식용으로 사용된다. 평균 염도는 96% 이상.
-정제염: 기계염이라고도 한다. 바닷물을 전기분해, 이온투과막 여과 등을 거쳐 염화나트륨 성분을 추출해 건조기에서 말린 소금이다. 식용, 공업용으로 쓰이며 염도는 99%에 이른다.
-재제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기존 소금을 녹여 다시 가열해 재결정화시킨 것. 꽃소금으로도 불린다. 암염이나 중국산 소금을 섞어 만들며 염도는 90% 수준이다. 식용으로 쓰인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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