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문화와 정신세계에 관심을 가진 국내 작가들이 모인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이하 인생모)이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 '한국ㆍ인도의 젊은 문학인 세미나'를 열었다.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 3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양국 작가 30여 명이 참가해 '문학의 신성(神性) 구현, 그리고 구원을 갈구하는 문학'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인생모 회장 김태형 시인이 현지에서 행사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인도의 젊은 문학인 세미나'는 이제 한국 문단의 주요한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이 행사를 이끌고 있는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뿐만 아니라 화가, 연극인, 사진작가, 무용가 등 다양한 장르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곳이다. 한국에서는 이번 행사를 위해 시인 고진하 김요일 조명 천수호, 문학평론가 김춘식 이재복, 극작가 최창근 등 17명의 문인이 인도를 방문했다.
행사가 열린 인디아 인터내셔널 센터는 인도 문화, 학술 분야의 대표적 인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교류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ㆍ인도의 젊은 문학인 세미나'는 당초 양국 문학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깊이있는 주제를 통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인도의 젊은 작가들은 세계문학의 중심에서 새로운 정체성의 문제와 싸우고 있다.
세미나 주제인 '신성 구원'은 문학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이지만, 2000년대 이후 신진 문인들의 다양한 언어 속에서조차 쉽게 찾을 수 없는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제도화된 권력에 의해 지배와 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한 주체의 문제를 다시 근원적인 질문의 자리로 되돌려놓고 있다. 그렇게 문학은 억압적인 세계를 감각의 지평으로 끌어내리고, 새로운 인식의 차원을 열어놓을 것이다. 궁극적인 자유를 꿈꾸는 것, 문학은 그렇게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어떤 '신성'을 경험한다.
행사의 공동 주최자인 인코파운데이션의 케이티 라빈드란 대표는 기조발제에서 "신성과 구원은 결국 관계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평론가 김춘식은 개인적 체험으로부터 신성의 문제를 구체화하려고 했고, 시인 이윤학의 영역 시를 직접 낭송하면서 한국의 서정시 안에서 신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기조발제 이후 소설과 시로 나누어 각각 한국과 인도의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참석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소설 분야에서는 인도의 기티 찬드라 교수와 한국의 문학평론가 이재복이 각각 발표했다. 이재복은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 '밀양'의 원작소설인 이청준의 '벌레이야기', 김성동의 '만다라' 등 한국 근현대소설의 여러 작품을 분석하면서 신성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었다. 세미나가 진행되면서 점점 첨예한 문제 제기와 토론이 이어졌다.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 시인 룩미니 나이르 교수가 발표하자 장시간의 세미나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모두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필자는 정양, 차창룡의 시와 자작시를 소개하며 신성과 구원의 문제를 자유로운 주체의 문제로 풀어갔다. 자작시 '사원에 들어갈 때는 머리 위의 종을 쳐라'는 룩미니 나이르 교수가 직접 영역 시를 낭송해주었고, 토론자로 참여한 라젠드라 굽타 교수는 인도인보다 인도를 더 잘 아는 시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 순간 이렇게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이 만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문학의 틀을 넘어서 보다 넓은 세계를 만나기 시작했다. '한국·인도의 젊은 문학인 세미나'는 새로운 문학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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