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수인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직의 '넘버 투'인 조현오 서울경찰청장 간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제2 조두순 사건' 허위보고 및 은폐 시도(본보 6월14일 1ㆍ14면), 양천서의 피의자 고문의혹 사건, 일선서장의 하극상 사태 등 위기에 빠진 경찰이 발끝부터 머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강 청장과 조 청장의 갈등은 5월 말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 때 전국 경찰에 떨어진 을호비상령을 계기로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청장은 일선 경찰서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서울청 직원들까지 외부 비상근무를 시켰다. 서울청의 한 직원은 "천안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문건이나 반MB문건이 지하철 등에 나돌고 있으니 주워오라는 지시였는데, 대부분 찾지 못해 거리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왔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을호비상령 기간 동안 직원들은 밖에 나가 문건을 찾으러 다니느라 헛수고만 했다는 불만이 고조됐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를 전해들은 강 청장이 조 청장에게 주의를 줬는데, 조 청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조현오식 성과주의에 평소 불만을 갖고 있던 강 청장이 그 일 때문에 화가 많이 나 이후 둘은 말도 건네지 않는 사이로 틀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삐걱대는 보고체계 문제와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조치도 경찰 수뇌부 간의 긴장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 청장은 최근 총경 인사에서 조 청장의 수하인 서울청 홍보담당자를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아 경찰 위상에 생채기를 입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사실상 강 청장이 제2조두순 사건 허위보고와 고문의혹 보고누락 책임을 조 청장에게 물은 것이나 다름없다. 일선의 허위보고와 보고누락이 결국 조 청장의 성과주의식 조직운용의 부작용이라고 보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하지만 서울청 보고라인에 속해있는 한 간부는 "일선에서 올라온 사안은 모두 본청으로 보고가 됐다"며 강 청장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 문제를 이유로 내세워 강 청장이 조 청장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가뜩이나 경찰이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는데, 수뇌부까지 불화를 빚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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