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본격적인 '장마 레이스'에 돌입했다.
2일 열릴 예정이던 LG-롯데(잠실), 넥센-한화(목동), SK-두산(인천), 삼성-KIA(대구) 등 전 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다음 주중까지 비 예보가 돼 있어 8개 구단은 당분간 '개점 휴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예년보다 약 열흘 가량 빨리 장마전선이 북상해 각 구단도 장마로 인한 손익 계산을 두드리기에 벌써부터 분주하다. 해마다 찾아 오는 장마는 흥행에는 '불청객'이지만, 구단들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12연패 KIA
녹아웃 직전까지 가 있는 KIA에게는 눈물겹도록 반가운 비다. 선두 SK에게 3연전을 모두 내 주고 대구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KIA는 3위 삼성, 2위 두산과 줄줄이 만나 최악의 경우 연패의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진이다. 그러나 장마 빗줄기와 함께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게 됐다. 마운드의 고갈과 부상병이 속출한 타선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 '연패 모드'에 들어간 팀의 공통점은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늘의 도움을 빌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KIA 뿐 아니라 마운드가 취약한 하위팀들에게 장마는 큰 선물이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시즌 초 "일주일에 2경기만 한다면 1등할 자신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특급 에이스' 류현진만 내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수 놀음'인 야구에서 장마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와 LG처럼 마운드는 약하지만 공격력으로 승부를 거는 팀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도 있다. 절정에 올라 있는 타격감이 장마로 한풀 꺾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각 5연승, 6연승, 8연승으로 '3강'굳히기에 들어간 1위 SK, 2위 두산, 3위 삼성은 상승 분위기가 끊기게 됐다.
장마철 대비책은
장마철에도 간혹 비를 피해가는 곳이 있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타자보다 투수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기가 많으면 공을 잡는 마찰력이 커져 잡아채는 데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경기를 할 경우에도 역시 마운드가 높은 팀이 유리하다.
쉬는 동안 선수들은 충분히 '힘'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 장마가 끝난 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부터 시즌 막바지까지는 그야말로 체력과의 전쟁이다. 잔 부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여름철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상 1~3위가 멀찌감치 달아난 가운데 4강 티켓 한 자리를 놓고 롯데와 LG, KIA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장마를 잘 나는 팀이 무더위를 뚫고 축배를 들 공산이 크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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