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한 지 10년 이하의 국내 신예 프로기사들이 중국기사와의 맞대결에서 평균 승률이 40%도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기원이 2000년 4월부터 올 6월 사이에 입단한 프로기사 98명 중 세계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 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이 세계대회 예선에서 거둔 총전적은 1,863승 1,407패로 평균 승률이 56.97%였고 본선 전적은 131승 172패로 승률 43.23%를 기록했다.
특히 예 ․ 본선을 통틀어 중국기사와의 상대 전적은 225승 361패로 승률이 38.40%에 그쳤다. 중국기사와 열 번 싸워 여섯 번 이상을 졌다는 말이다. 개인별로는 중국기사에게 승률 50% 미만의 성적을 거둔 국내기사가 63명인데 이중 25명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중국기사들과의 대결에서 승률 50% 이상을 거둔 국내 신예기사 25명 중에서는 김지석(7단)이 11승6패(승률 64.7%), 박승현(6단)이 9승3패(승률 75%)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밖에 강동윤(13승12패) 윤준상(12승10패) 허영호(12승12패) 백홍석(8승7패) 김형우(7승4패) 진시영(7승5패) 박정환(7승7패)도 비교적 성적이 괜찮았다. 또 김기원(2단)과 여자기사 이슬아(초단)가 각각 2승무패로 대국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유이'하게 승률 100%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국내 랭킹 12위(6월 기준) 이영구가 6승12패, 18위 박정상이 11승15패, 25위 홍성지가 2승11패, 36위 고근태가 8승12패로 한국바둑의 든든한 허리 역할이 기대되는 기사들이 제대로 힘을 못 쓴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세계대회 통합예선과 본선에서 중국세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저 막연히 심상치 않다고만 여겼던 '황사 돌풍'이 이처럼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고 보니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 20여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온 한국 바둑이 마침내 중국세에 밀려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영철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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