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이 심상치 않다. 자체 생산량 감소에 더해 국제사회의 지원마저 끊기면서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아사자를 냈던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일 "국제사회의 무상원조 감소로 9월이면 북한에 지원할 식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RFA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의 말을 인용, "9월까지 새로운 기부 국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북 지원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WFP는 향후 2년간 9,6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 1일부터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 250만명을 대상으로 영양 상태 개선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확보된 자금은 96만4,00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생산과 교역, 국제지원 등 다각도로 이뤄지던 북한의 식량 확보 구조가 깨졌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이 올해 많게는 100만톤 정도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관들은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규모를 411만톤 정도로 추산한다. 연간 최소 수요량 530만~540만톤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여기에 2008년부터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연간 40만톤)ㆍ비료(30만톤) 지원과 미국이 약속한 50만톤 규모의 식량 공급 중단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1990년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시장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날 북한 정부가 시장 운영 시간을 늘리고 음식물을 제한 없이 팔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국경 밀수나 보따리 장수 등의 민간 기능을 활용해 식량 부족분을 보충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본부장은 "지금은 이모작 수확이 막 끝난 시점이어서 북한이 춘궁기 후유증은 어떻게든 버텨내겠지만, 냉해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가을부터 부분적으로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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