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타트, 에너지 평등 사회] <4·끝> 에너지 평등을 모색하는 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타트, 에너지 평등 사회] <4·끝> 에너지 평등을 모색하는 대담

입력
2010.07.02 13:09
0 0

에너지 불평등의 온존에는 정부의 이해 부족과 해결 의지 박약이 가장 큰 몫을 한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일 정부과천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연 '에너지 평등을 모색하는 대담'에 참가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진상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에너지 빈곤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부터 세우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_에너지 불평등이 날로 심화하고 있는데….

윤 교수= "(에너지 불평등 문제에는) 자원 위기와 기후변화 위기가 함께 중첩돼 있다. 지금은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 지원도 현물급여 방식이 아니라 자원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주택 개ㆍ보수로 가야 한다. 주택 개ㆍ보수로 에너지를 절약해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최 부소장= "예를 들면 에너지 빈곤층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돕자는 식으로 자선적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더 소비하게 된다. 현재 방식은 비효율적으로 없어지는 에너지를 절감하기보다는 빈곤층을 위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무한 공급한다는 게 전제돼 있다. 주택 관련해서도 그린홈 100만호가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있는 재고 주택(1,300만호)을 어떻게 처리하고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눈을 감고 신규 공급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단지 새로 짓는 집에 대해서만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비용 줄이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총량이 늘어난다."

진 부연구위원= "지난번 에너지시민연대 조사에서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당 요금을 적게 내는 걸로 나왔다. 헬스장 등 공동 시설과 조경용 조명에 가정용(누진세)이 아닌 일반용 전기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도를 약간 바꿨다. 공동요금이라도 얼마 이상이 되면 더 내는 블록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그 기준이 여전히 높다."

_도시와 농촌 간 에너지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윤 교수= "서울은 지금 소비 전력의 3%만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력이 다른 지역에서 오고 있는 것이다. 전력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지역은 그만큼 서울을 위해 희생하게 된다. 발전소 부지를 제공해야 하고, 송전을 위해서도 많은 송전선과 송전탑 필요한데 이것도 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들어선다. 특히 에너지효율 높인다는 이유로 부작용이 큰 고압송전선을 깔고 있어 지역 희생은 더 커진다. 전기는 서울에서 쓰고 환경 부담은 농촌에서 지는 것이다."

진 부연구위원= "소득 많은 사람들이 더 에너지 많이 소비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을 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당한 요금을 제대로 내게 하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정당한 요금을 받아 그 혜택을 저소득층과 지방에 주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전력요금 구조를 보면 오히려 잘사는 사람들에게 싸게 주고 못사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주는 게 구조가 돼 있다. 지역난방도 그렇다."

_정부는 주택개선사업이나 주거현물급여사업을 확대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용과 예산 문제 때문에 가구당 투입 비용을 늘리지는 못한다고 설명한다.

윤 교수= "우리는 효율성 떨어지는 주택을 보수해 쓸 것이냐, 재개발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대개 재개발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집 허무는 방식의 재개발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통독 후 독일은 동베를린 지역에서 주택단열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에너지 효율을 50% 이상 높인 적이 있다. 에너지 빈곤층 집안에 단열재 붙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 사업은 개인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비용 지출을 줄여 주는 것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저감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에 이게 이 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것인데 투입 재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예산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배정하느냐의 문제다. 특정 사업을 거론해서 그렇지만 4대강살리기사업이나 한강르네상스에 들어가는 돈의 극히 일부만 사용해도 충분히 도배 이상의 여러 가지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다. 이슈별로 정부가 부처 간 조정협의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녹색성장위원회나 총리실 등에서 조율해 사업을 일원화한다면 가구당 투입 예산을 늘려 지금보다 훨씬 실효성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최 부소장=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은 지식경제부 관할인 한국에너지재단이 하는데 그 사업을 좀 볼 필요가 있다. 주로 사업 凰째?현물급여다. 보일러 바꿔 주든지 창호 바꿔 주는 사업을 한다. 반면 가장 문제가 되는 단열이라든지 집안의 구조 개선은 안 된다. 이래가지고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에너지가 쑥쑥 새나가는 집에 성능 좋은 보일러 장착해 주면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_저소득층의 에너지 부담은 결국 사회ㆍ경제적 비용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최 부소장= 국은 농촌 지역에 노인들이 많이 사는데 사실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니 냉ㆍ난방을 안하고 마을회관 가서 있다가 저녁에 간단히 난방하는 정도다. 이런 생활은 건강을 점차 악화시키고, 결국 매일 병원에 다니는 상태가 된다. 결국 에너지 빈곤이 사회적 비용, 특히 건강 비용의 증가로 귀결되는 것이다."

윤 교수= 에너지 불평등은 어린이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특히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조손가정이 늘고 있는데 돌봐 줄 사람도, 돈도 없는 이런 아이들이 추위와 더위 속에서 살게 되고, 결국 건강이 굉장히 좋지 않게 된다. 어린이야말로 미래 사회를 구성하는 굉장히 중요한 인자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보살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는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성인보다 많기 때문에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하는 게 더욱 필요하다."

진 부연구위원= "정부가 에너지 빈곤을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 현재는 얼어 죽지만 않으면 빈곤으로 보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보건복지부나 에너지재단 통해서 정기장판 공급하고 있는 것은 정말 문제다. 난방은 말 그대로 방을 히팅(heating)하는 거여야 되는데 전기장판은 아무리 틀어도 히팅할 수 없다. 그건 구호물자로 봐야 한다. 얼어 죽지 말라고 나눠 주는 구호물자다. 난방해서 적절한 온도를 충족하는 개념이 아니다. 에너지 비용이 한 인간에게 얼마만큼 부담이 되고 있는지. 그걸 덜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최 부소장= "한국의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이나 영국보다도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쾌적하고 풍족한 것은 아니다.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어서다. 이런 부분이 체크가 안 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저가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는 계층이 비용을 더 적게 부담하고, 에너지 소비에 많은 돈을 부담하는 계층이 오히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게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_에너지 공급의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진 부연구위원= "도시 내 에너지 불평등은 대부분 저열한 인프라가 원인이다. 값이 싸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를 고르게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LNG망을 상수도망처럼 늘려 가는 추세인 것은 맞다. 하지만 LNG 공급이 안 되는 곳이 아직 많다. 특히 재개발 예정지는 문제가 크다. 또 지역난방도 세금 혜택 때문에 저렴한데 지역별 차이가 크다. 저소득층이 에너지원으로 많이 사용하는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등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윤 교수= "LNG망을 늘려 가는 게 적절한 대책인지 모르겠다. 매장 자원의 고갈 위험 때문이다. 최근 생산도 정점에 이르렀다. 특히 읍면 이하 지역은 인구가 분산돼 있기 때문에 LNG망을 확충하는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런 지역은 다른 방식의 에너지 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 전력을 통해 냉ㆍ난방하는 것도 생산ㆍ운송 과정에서 손실이 크다. 태양광을 직접 받아서 발전하는 방식이나 농촌 지역에 바이오가스를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만하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 진상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73년 서울 ▦서강대 화학공학과 졸, 서울대 에너지정책학 박사 ▦전 강원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

■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967년 강원 속초 ▦서울대 사회학과 졸, 미 델라웨어대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전 지속가능발전위원 ▦전 에너지전환 대표

■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

▦62년 충남 보령 ▦경기대 경영학과 졸, 단국대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 ▦공간환경학회원 ▦환경사회학회 이사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