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與 전대 '계파대리전' 징후 역시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與 전대 '계파대리전' 징후 역시나…

입력
2010.07.02 13:14
0 0

"리모콘 투표, 로봇 투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들이 당의 주요 의사결정과 관련한 표결을 할 때마다 '계파의 지침'에 철저하게 순응하는 것을 빗대서 한나라당 중진이 한 말이다. 이 의원은 3일 "의원들이 스스로 국민의 대표이자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는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세종시 수정안 표결 결과는 계파 투표의 전형이었다. 표결에 참여한 친이계 의원 84명 중 82명은 찬성했고, 2명은 기권했다. 반대는 한 명도 없었다.

친박계 의원들은 47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44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3명만이 소신에 따라 수정안 찬성표를 던졌다. 소신과 자율은 없고 계파의 이해만 있는 투표 결과였다. 이에 국민들은 "딴나라당"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야유를 보냈지만, 이날 이후 표결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자성을 촉구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당내 선거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이 자유투표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중진 의원 19명은 2일 "14일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자유투표를 보장하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들어 전대가 계파 투표로 변질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와 친박계 양측은 모두 요즘 대표최고위원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자기 계파 의원들이 몇 명씩 들어갈 수 있을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정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표현까지 썼다.

최근 여권 주류가 중립성향이지만 득표력이 높은 나경원 의원의 출마를 강력히 요청하는 것은 친박계 여성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은 "우리쪽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려면 5명이나 되는 친박계 후보들 간 교통정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일종의 협의체까지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도 결국 계파 대리전이었던 역대 전대와 각 시도당위원장 경선 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ㆍ2 지방선거 패배 직후 한나라당의 가장 중요한 쇄신책으로 제기된 '화합과 통합'은 어느새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세종시 수정안 표결에 이어 전당대회마저 계파 싸움이 된다면 한나라당은 민심을 역행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런 한나라당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