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뜯어 온 상추에 달팽이 한 마리가 따라왔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겨 차 안에서 몇 시간을 견디고도 왕성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대견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징그럽다며 질겁했다.
이 소동에 유치원에 다니는 옆집 아이가 나섰다. 낯선 환경에 놀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잘 키워보라고 했더니 고맙다며 냉큼 데리고 갔다.
달팽이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고 움직임이 느리다. 머리에 뿔처럼 보이는 것은 두 쌍의 촉각 기관이다. 그 끝에 눈이 있지만 명암을 겨우 판별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달팽이는 이동하면서 배 부분에 점액을 분비한다.
점액은 수분증발을 막아 몸을 보호하기도 한다. 아들 놈은 그 점액이 더럽다며 다른 상추도 먹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선 사람도 살아갈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달팽이가 던져 준 숙제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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