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ㆍ도 교육감이 취임했다. 바야흐로 직선 교육감 전성시대가 열렸다. 올해 초 터진 서울교육청 비리사건은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청렴한 교육감, 참신한 교육감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잉태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보수 일색의 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리고, 6명의 진보진영 교육감이 선출되는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진보와 보수 교육감의 양대 축이 형성되면서 이제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은 교육감들의 정책집행 행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조심스레 기대도 하고 있다. 부디 중앙정부의 교육정책 따라잡기에 매달린 구태를 벗어나 유연하고 창의적인 지방 교육자치 시대를 열어가기 바란다.
현대 교육이 강조하는 다양성은 상생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하게 된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아니라 상생과 조화임을 알아야 한다.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대신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하기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실험을 지켜보는 학부모와 국민도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이념이나 시장적 가치가 아닌, 교육 본질적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한 진보와 보수 교육감들의 정책 내용과 집행 능력을 사안별로 꼼꼼하게 비교하고 분석해 그에 따라 격려와 질책을 해야 한다.
새 교육감들은 시급한 현안에 대처하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사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아동대상 성범죄와 학생 납치, 학생 폭력 등 각종 범죄와 사고로부터 아동을 지켜줄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문제는 학부모들의 가정 경제에 크나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돌보는 방과후 보육문제, 교육감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던 무상급식 문제,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가치관이나 인성교육 문제는 선거공약이나 진보ㆍ 보수 성향과 무관하게 모든 시도 교육감들이 연대해서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의욕에 찬 신임 교육감들이 선거 공약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의 정책 방향과 엇나간 행보를 고집할 경우 갈등과 혼란이 우려된다. 학교 현장과 지역주민의 정서와 요구를 외면한 채 의욕만을 앞세워 독자적 행보를 강행하는 것은 자칫 실패한 교육감으로 전락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성공한 교육감이 되는 길은 공정한 인사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 그리고 현장과의 원활한 소통능력에 달려있다. 직선 교육감들이 외형적 실적과 성과에 집착하게 되면 학교 교육이 오히려 위축되고 교육 현장의 사기도 떨어질 수 있다. 교육감 스스로 과도한 권한과 행정력 행사를 자제하고 교육 현장의 자율을 토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상급식, 중학교 학교운영비 지원, 학습준비물 지원 등 무상교육 방안들은 균형 잡힌 예산 편성의 원칙과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복지 혜택이 정말로 필요한 수요자들에게 돌아가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며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오성삼 건국대 사범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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