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도시아키 지음ㆍ송태욱 옮김/알마 발행ㆍ328쪽ㆍ1만6,500원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The map is not the territory)라는 말이 있다. 미국 철학자 알프레드 코지프스키가 남긴 이 말은 지도가 길을 찾는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실제 길과 지형 자체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도의 태생적인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꼬집는 말이다.
최첨단 위성에 기대 지구 곳곳의 실핏줄 같은 골목길까지 원 모습 그대로 반영하는 최근의 지도를 제외하면 역사 이래 지도는 미완성이었다. 인간은 축적된 지리적 경험과 지식을 통해 지도를 조금씩 발전시켜왔다. 그 발전의 과정에서 지도가 지닌 과학성과 실용성의 역할은 강화된 반면 지도에 담긴 사상성과 예술성은 뒷걸음쳤다. "각 문명권에서 사람들이 바라던 바, 표현하고자 했던 바"가 지도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리쓰메이칸대 문학부 교수이자 교토대 명예교수인 오지 도시아키(72)가 저술한 이 책은 신화의 영역에서 과학의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지도의 탄생과 발전을 탐색하고 지금은 사라진 지도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깊게 들여다본다.
책이 다루는 사례는 다양하다. 일본 교토의 고찰 닌나지(仁和寺)가 소장한 가장 오래된 일본지도(1305년)와 바빌로니아 시대의 점토판 세계지도(기원전 6세기 경) 등을 통해 세계관의 차이가 지도에 끼친 영향을 살핀다. 일본인들이 불교가 전래된 뒤에야 인도라는 새로운 문명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이를 불교적 세계관과 더불어 지도에 반영하게 되는 과정 등이 눈길을 끈다. 포르투갈이 이른바 대항해 시대를 열면서 만들어낸 '칸티노 세계지도'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을 의미한다는 내용 등도 흥미롭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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