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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 드러난 건설사 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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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실 드러난 건설사 신용평가

입력
2010.07.0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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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200위권대인 울산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인 A사가 24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여느 때라면 '또 한 업체 쓰러졌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이번 부도는 개운치 않다. '부실 건설회사를 미리 걸러낸다'며 정부와 은행권이 시공능력 300위권 이내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평가를 벌여, 16개를 부실업체로 골라 낸 것이 1주일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심 '금융기관이 부실평가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회사의 주거래은행에 문의했더니,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다. 최근 1년간 현금성 자산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총부채는 두 배나 늘어나는 등 전형적인 부도징후 기업이었는데도 이번 평가에서는 제외됐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평가에서 제외된 사정은 이렇다. 국민 대부분은 300위권 이내 건설사가 모두 평가 받은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금융권 대출이 500억원 이상 또는 시공능력 300위권 이내'이면서 '1개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액이 50억원 이상'인 곳만 평가했다는 게 은행의 설명이다. 해당 기업이 300위권내 건설업체이고 부실 징후가 있었지만, 특정 은행에서 50억원 이상을 빌리지 않아 평가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부실평가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은행의 설명을 들을수록 이런 신용평가를 왜 했는지 의심이 들었다. 은행권이 '엄정히 평가했다'고 자부하는 이번 평가가 다수의 사각지대를 품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무너질 회사는 A사에 그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평가를 거쳐 '독자 생존 판정'(AㆍB등급)을 받은 업체조차도 일부는 '비재무적 요인'에 대한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평가 잣대 때문에 시장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B등급을 받은 몇몇 업체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건설업계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란 당초 기대와는 달리 '살생부'가 난무하는 건설업계의 살풍경도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평가 1주일도 안돼 드러난 기업평가의 사각지대를 그냥 덮고 넘어가기가 불안한 이유다.

전태훤 경제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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