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의ㆍ치의학 교육제도 개선계획'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ㆍ치의학 교육학제를 선택하도록 하되, 의(치)대나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병행운영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정부방침이 나오자마자 어정쩡한 병행체제를 유지해오던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고려대 등 대표 의대들이 의ㆍ치전원 폐지입장을 밝혔다. 의ㆍ치전원 체제로만 운영해온 대학들도 상당수 의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입안, 2005년 시행된 제도가 10년도 안돼 실패한 실험으로 결론 내려진 셈이다.
미국의 교육체제를 모델로 한 의ㆍ치전원의 취지는 바람직한 것이었다. 단순히 공부벌레가 아닌, 전인적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의사를 키우고 학부에서의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학문융합을 통한 기초의학 발전도 꾀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연계 최고 두뇌들이 이공계를 기피, 저만의 안락한 생활을 꿈꾸며 온통 의대로만 몰리는 현상도 바람직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짧은 시행과정에서 이런 기대는 비현실적인 것임이 확인됐다.
도리어 KAIST나 포스텍 등의 학생들까지 뒤늦게 목표를 바꾸는 등 최우수 과학두뇌들의 이탈현상까지 더해졌다. 비슷한 교육과정의 두 체제 간 갈등, 교육비 급증, 졸업생 고령화 등의 문제도 시간이 갈수록 부각됐다. 결국 실패의 원인은 한마디로 이상만 높이 봤을 뿐 현실 적용성을 깊이 따지지 않은 때문이었다. 교육부가 조기에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재수정에 나선 것이나, 교육시스템 전환에 따른 경과기간을 충분하게 잡음으로써 재학생이나 수험생들의 직접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 실패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준 의ㆍ치전원 사안의 교훈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실 적용성을 간과한 채 소수 전문가에 의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이뤄지는 정책결정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이번 조치로 인해 기존 의ㆍ치대 체제의 부정적 측면이 고스란히 온존되게 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문제의 실현 가능한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교육당국과 대학이 이제부터 다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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