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헤이트 지음ㆍ권오열 옮김/물푸레 발행ㆍ432쪽ㆍ1만7,500원
인류 정신문명의 발상지를 세 지역으로 나눈 뒤 각 지역의 인문ㆍ종교 고전에서 모두 10개의 사상을 추렸다. 대상이 된 고전은 우파니샤드, 논어, 구약성경, 코란, 그리스 철학서 등이다. 긍정심리학을 연구하는 조너선 헤이트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이 오래된 정신의 수원지에서 지혜의 물길을 끌어와 '현대인의 행복'이라는 가문 밭에 댄다.
고전에서 행복의 비밀을 캐려는 시도는 사실 진부하다. 이 책의 외형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신약성경 마태복음 7장(남의 눈 속의 티는 보면서, 내 속의 들보는…)과 싯다르타의 가르침(남의 잘못은 바람에 까불리는 쭉정이처럼 집어내면서도…)을 엮어 타인의 허물을 대하는 태도를 논하는 장의 첫 부분(116쪽) 같은 데선 하품도 나온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이 책이 '행복'과 '심리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숱한 진부한 이야기들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지혜는 바가바드기타나 도덕경의 금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현대 뇌과학, 인지심리학 등의 이론과 만나 태어나는 새로운 목소리다.
예컨대 저자는 "행복이 우리 내부로부터 온다는 석가모니와 스토아철학자들의 행복 가설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를 지속적으로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외부적 요인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음 없는 조용한 환경과 짧은 출퇴근 거리 같은 조건들과 명상, 휴가 등 자발적 행동이 우리의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선 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행복의 핵심으로 부각되는데, 저자는 "지옥이란 바로 타인들"이라는 사르트르의 발언을 비틀어 "천국이란 바로 타인들"이라고 선언한다. 다른 말로 하면 "행복이란 사이에서 나온다"는 것. 나 자신과 나의 일,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나와 나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로 제시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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