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지 4일로 한 달이 된다. 그러나 안보리의 대북 대응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06년 10월 북한 1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가 6일만에 나왔고, 지난해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의장성명과 6월 2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가 각각 8일, 16일 걸린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유엔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한국과 북한의 '천안함 브리핑' 이후 안보리 주요 이사국들간 논의는 거의 매일 진행됐다"며 "큰 골격에서 각국의 입장이 드러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사국들 간 이견을 조정해 공동의 문안을 도출하는 막바지 단계가 남았다.
관건인 안보리 문안 내용과 관련, 우리 정부는 당초 ▦북한 지목 ▦규탄 및 비난 ▦사과ㆍ보상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등 5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입장은 지난달 말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북한을 지목해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다른 사항은 유연해 질 수 있다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중국의 반대가 예상보다 완강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천안함 침몰 책임'을 에둘러 표현한 G8 공동성명에 대해 "비교적 괜찮으며 이를 참고로 안보리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마저도 관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을 지목'하는 내용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침몰사건 자체를 비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한국에 파견했던 자체 조사단이 '북한 소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조사단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는데 러시아가 이를 공식화할 경우, 안보리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중에 한미는 중국, 러시아를 설득할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중국은 즉각"무책임하고 경솔한 발언"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안합의 시점은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고, 내용도 G8 공동성명보다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중국을 안이하게 판단한 한미의 상황인식이 안보리 논의의 답보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 관계자는 "중국은 한반도 정세안정을 내세우며 북한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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