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저격수가 2시간31분만에 황제의 윔블던 8년 아성을 뭉개버렸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9ㆍ스위스ㆍ랭킹2위)가 자신의 텃밭인 윔블던에서 무너졌다.
윔블던 통산 7연패를 노리던 페더러는 1일(한국시간)새벽에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8강전에서 토마스 베르디흐(25ㆍ체코ㆍ13위)에 경기시간 2시간 31분만에 1-3(4-6 6-3 1-6 4-6)으로 져, 2002년 윔블던 1회전 탈락 이후 8년 만에 윔블던 결승에 초대받지 못했다. 페더러는 이로써 2003년 11월10일 이후 6년8개월 만에 랭킹 3위로 떨어지는 등 황제의 체면에 큰 '흠집'을 남겼다.
2003년~2007년까지 대회 5연패를 이룬 윔블던의 터줏대감 페더러는 2008년에는 결승에서 '왼손천재' 라파엘 나달(24ㆍ 스페인ㆍ1위)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정상을 재탈환하는 등 유독, 4대 메이저테니스(호주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 대회중 윔블던에서 난공불락의 성을 쌓아왔다.
페더러가 윔블던에서 버림받은 때는 풋내기 시절인 2002년뿐이었다. 그러나 이날 베르디흐를 상대한 페더러는 변명 거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경기내용에서도 완패했다. 페더러는 단 1개의 더블폴트를 저질렀지만 베르디흐는 6개를 쏟아냈다. 페더러는 에러(18개)도 상대보다 5개나 적었다. 그러나 상대의 서브게임을 따낼 수 있는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8차례 맞았으나 1개만 성공시켰다. 전성기때의 페더러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반면 베르디흐는 6차례 맞은 브레이크포인트를 4차례나 살려, 자신의 게임으로 만들었다.
테니스 전문가들은 "페더러가 2009년 프랑스오픈 정상에 서며 통산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데 이어 올 시즌 호주오픈까지 거머쥐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듯 했으나 결국 체력적인 부담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향후 남자 테니스 세력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페더러의 올 시즌 성적도 28승 8패로 황제 답지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페더러는 경기 후 "오늘 내 경기가 빈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베르디흐의 실력이 해마다 일취월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르디흐는 이반 렌들 이후 20년 만에 체코인으로 첫 윔블던 4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베르디흐는 그러나 깜짝 스타가 아니다. 올 시즌 프랑스 오픈에서도 준결승까지 오른 신예강자 중 한 명이다. 베르디흐는 "페더러에 대한 나의 승리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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