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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KT IT교실의 다문화가정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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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KT IT교실의 다문화가정 여성들

입력
2010.07.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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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으로 향수병 달래니 한국에 情 붙네요"

1일 서울 마포 건강가정지원센터 2층에 있는 KT 다문화 교실에서는 색다른 수업이 벌어졌다. 컴퓨터(PC)가 놓인 책상 앞에 9명의 외국 여성들이 앉아 있다. 중국, 필리핀, 러시아 등에서 시집 온 다문화 가정의 안주인들이다.

이날의 수업 주제는 블로그 만들기. 강사로 나선 KT 자원 봉사 모임인 IT서포터즈의 안춘택씨가 열심히 우리말로 블로그 개설 방법을 설명했다. 잠시 후 강의실 안에 영어, 중국어, 타갈로그어 등 다양한 말이 쏟아졌다. "아이구 어머님들, 제가 못알아듣겠어요."안씨의 호소에 여성들이 와그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말이 너무 빨라요. 우리 못알아 들어요"그래서 서로 강의 내용을 자국어로 물은 것이다. "천천히 말한건데,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안씨도 멋적은 듯 따라 웃었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은 이곳에서 KT가 주 3회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교육을 받는다. 굳이 IT 교육을 받으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다양했다. 중국 하얼빈에서 2007년에 한국으로 시집온 짠지에(25)씨는 취직과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곳에서 PC 및 인터넷 이용법을 배운다. "인터넷 이용법을 더 많이 배워서 취직하고 싶어요. 앞으로 아이들 키우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잖아요."짠지에씨는 능숙한 우리말로 KT 다문화 교실에 참여한 동기를 밝혔다.

중국 산둥성 출신 장미리(29)씨는 지난해 결혼한 새댁이다. 그래서 아직 우리말이 서툴다. 그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 땅에 정을 붙일 수 있는 좋은 친구다."아직 친구도 없고 심심해요. 그런데 컴퓨터와 인터넷, 재미있어요. 블로그 만들어서 결혼 사진도 올렸어요.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필리핀 라바오가 고향인 이레아(31)씨는 2003년에 한국에서 결혼해 세 아이를 두었다. 그는 영어강사 일을 하고 있는데 KT 다문화 교실에서 배운 IT 공부를 수업에 적절하게 활용한다. "PC의 그림판 기능을 띄워놓고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해요. 이해하기 쉽대요."그 역시 큰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교육비가 걱정이다. "한국에서 애들 키우려면 학원도 보내야 하고 돈 많이 들잖아요. 열심히 벌어야죠. 그러려면 제가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해요."

필리핀 루손 출신의 노리에타(32)씨도 마찬가지. 2004년에 한국으로 시집 와서 두 아이를 기르는 그는 큰 아이가 6살이어서 유치원 비용 등 교육비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에서는 제가 할 만한 일이 없어요. 여기서 컴퓨터와 인터넷 수업을 받다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특히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생각보다 컸다. "한국에서는 친구 사귀기 힘들어요. 말도 서툴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어요."짠지에씨의 말에 여기저기서 "맞다"며 푸념이 이어졌다. "가족들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시댁을 가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 혼자서 아기를 봐야 해요." "시어머니가 교회를 너무 열심히 다녀요. 시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따라가긴 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를 설교를 들으려면 너무 힘들어요. 막 졸려요."

그만큼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그럴 때면 KT 다문화 교실에서 배운 인터넷 교육이 요긴하게 쓰인다. 이레아씨와 노리에타씨는 인터넷으로 필리핀 노래를 즐겨 듣는다. 한국에도 (Anak)이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가수 프레디 아길라를 둘 다 좋아한다. 짠지에씨와 장미리씨는 인터넷과 케이블TV에서 나오는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찾아보면서 향수를 달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국이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고향에서 맛볼 수 없는 고추튀김, 콩국수, 김치, 삼겹살 등을 이야기하며 너무 즐거워했다. 대부분 한국 요리에 서툴다 보니 시어머니의 손맛에 의존한다."시어머니한테 요리법을 배웠는데 그 맛이 안나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하면 어쩜 그렇게 맛있는 지 모르겠어요."(짠지에) 대부분 시부모를 모시는 그들은 시어머니가 해주는 한국 요리 칭찬에 대화가 멈출 줄 몰랐다.

그렇다고 마냥 시어머니의 요리만 얻어먹는 것은 아니다. 중국 만두, 필리핀 잡채 등 모국 요리를 내놓았을 때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중국은 손으로 밀어서 만두피를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요. 한국은 그런 것이 없어서 시댁 식구들이 너무 신기하대요."(장미리) 뿐만 아니라 시부모가 거꾸로 간단한 중국어, 영어를 배워 말을 걸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시어머니가 중국어로 밥 먹으라고 할 때면 마치 (중국) 집에 있는 것 같아요."(짠지에)

그렇게 그들은 하나가 되고 있었다. 서로 요리를 나누고 말을 섞으며 가족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은 KT 다문화 교실을 통해 친구도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기에는 안씨가 알려준 구글의 인터넷 번역기가 한 몫 했다. "처음에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구글의 인터넷 번역기로 대화를 하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그래서 여기 참여하는 안씨도 남다른 자부심을 느꼈다."한국을 알린다는 생각에 즐겁고 보람 있습니다."

가끔씩 그들은 서로 요리를 가져와 나눠 먹는다. "다음주 목요일에도 고향 음식을 만들어 오기로 했어요. 저, 필리핀 잡채 너무 맛있어요. 그거 만들어주세요."(짠지에) 노리에타씨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거 만들기 너무 힘들어요". 어느덧 KT 다문화 교실은 IT 교육의 장이자 그들이 서로의 문화를 나누며 이 땅에 뿌리 내리는 데 한 몫 하는 어울림의 장이 되고 있었다.

■ KT 사회공헌 활동

4월에 문을 연 KT 다문화 교실은 이용자들이 기부하는 마일리지와 특정 요금제로 재원을 마련하는 이색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를 위해 KT는 2004년부터 일찌감치 '씽크 코리아 요금제'를 운영했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KT가 가입자 1인당 월 500원씩 적립해 다문화교실을 지원한다. 현재 이 요금제 이용자는 월 3만명 규모다.

또 이용자들의 마일리지 기부도 한 몫한다. 마일리지 기부는 KT의 쇼홈페이지(www.show.co.kr)나 고객센터에서 1,000포인트 이상 기부하면 KT가 1포인트를 1원으로 환산해 기금으로 적립한다. KT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이렇게 쌓인 마일리지가 8,500만 포인트에 이른다.

KT는 이렇게 조성한 기금으로 지난해까지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 동포 지원 활동을 펼쳤고 올해에는 국내에 다문화 교실을 개설했다. 해외 동포 지원 사업은 2006년 중국 옌지시의 연북소학교를 비롯해 지난해 러시아 우스리스크의 고려인 문화센터까지 12개 지역에 컴퓨터(PC)를 구비한 KT IT문화교실 구축이 대표적이다.

KT 직원들의 자발적인 봉사 모임인 IT서포터즈도 올해부터 활동 방향을 다문화 가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교육 내용은 인터넷이나 PC 활용법뿐 아니라 우리말 교육, 우리 문화 체험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4월부터 이어진 KT 다문화교실에 참여하는 외국 여성은 전국에 걸쳐 약 7만5,000명에 이른다. 최재근 KT 상무는 "IT 교육뿐 아니라 각종 문화 체험 활동과 한글 교육 등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외국 여성들이 주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가겠다"며 "IT 서포터즈 교육이 외국 여성들이 한국 사회와 교감할 수 있는 열린 교실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KT는 올해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특화 활동으로 '올레 001 다문화가정 카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카드는 경제적 이유로 모국의 가족과 연락하는 것이 힘든 외국 여성들을 위한 충전식 국제전화 선불카드다. KT에서 1년에 걸쳐 매달 2,000원씩 충전해 주면 이 한도 내에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이 카드는 이달부터 IT서포터즈 강의에 참여하는 다문화가정 교육생들에게 지급된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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