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부급 과점에 일선 사기저하" vs" 경찰 평가 업그레이드"
경찰대 존폐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제2 조두순 사건' 허위보고 및 은폐 시도, 양천서의 피의자 고문의혹사건에 이어 이른바 하극상 파문의 장본인들이 모두 경찰대 출신이라는 점이 논란의 촉매가 됐다.
사실 경찰대는 1981년 특혜시비 등 다양한 우려 속에 출범했다. 그 동안 제기돼온 경찰대 폐지론은 ▦경찰대 관련 제도의 위헌ㆍ위법성 ▦경찰 내부 사기저하 ▦시대변화에 따른 필요성 감소 등으로 집약된다. 위헌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공립 출신 사범대 졸업생들에게 교사 우선임용 특혜를 보장한 교육공무원법의 위헌 판결(1990년)과 같은 선상에서 경찰대 문제를 본다. 문성호 경찰발전협의회 회장은 "국내 70여 대학의 경찰 관련학과 졸업생들이 시험을 통해 말단 순경부터 출발하는 것과 달리 경찰대 출신이 경위로 임용되는 것은 특혜이며 위헌 소지가 짙다"고 지적했다.
경찰대 출신이 중상층 간부직을 과점하고 있어 비경찰대 출신 경찰관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는 것도 폐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전체 경찰에서 경위는 1만1,500여명인데 바로 위 계급인 경감은 3,600여명으로 3분에 1에 불과하다. 그나마 매년 120명씩 경위를 배출하는 경찰대 출신이 승진 자리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A(44) 경사는 "경위 근속제도 덕분에 순경으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지 21년 만에 경위 계급장을 달아봤자 코 앞에 보이는 건 정년퇴직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경찰의 학력이 낮아 '엘리트 경찰 육성'이라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최근에는 순경으로 선발된 인원의 80%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어 더 이상 경찰대 유지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ㆍ현 하위직 경찰 모임인 대한민국 무궁화클럽 전경수 회장은 "법학, 행정학과만 있는 경찰대보다 심리학, 화학, 사회학 등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일반대학 출신이 경찰 업무에는 훨씬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찰대 출신들 중에도 인사적체가 심해지면서 조직관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경찰대 출신 동기라 하더라도 선두 주자는 치안정감까지 승진한 반면, 일부는 아직 경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기 사이에 이처럼 계급 격차가 벌어지면서 조직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대 출신들은 이 같은 비판에 부분적으로 수긍하면서도 대체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그 동안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B(7기) 경정은 "과거의 경찰과 달리 합리적이고 깨끗한 경찰이 된 것은 경찰대 출신이 현장에 투입되면서부터"라고 말했다. C(경찰대 1기) 경무관은 "경찰대 출신들이 과학수사, 프로파일링, 사이버수사 등 각 분야에서 경찰을 현대화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대와 비경찰대의 대립, 경찰대 폐지론은 다른 출신들에 비해 빠른 시간에 입지가 넓어지다 보니 불거진 논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의 보이지 않는 알력이 커지고 경찰대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안이나 대책 마련은 사실상 전무하다. 경찰 수뇌부도 자신의 임기 중에는 그저 아무런 문제도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허정헌기자
남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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