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사법살인의 첫 희생자로 꼽히는 죽산(竹山) 조봉암 재심사건(본보 6월30일자 1ㆍ8면)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최근 대법원에 제출한 세 번째 의견서에서 이미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의 다른 재심사건 판결들을 비판하며 "(재심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하급심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가 담긴 앞선 의견서보다 강도가 높아진 것이어서, 이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달 중순 죽산 재심사건에 대한 3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검은 2차 의견서에서 재심을 권고한 진실화해위 결정을 '결론에 맞춘 궤변'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다소 과한 표현으로 보여지고, 아마도 이런 표현이 재심 청구인(죽산의 장녀 조호정(82)씨)을 자극한 것 같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다만 "(진실화해위 결정은) 결론에 부합되는 증거만 취사선택한 것"이라며 기본 취지는 그대로 유지했다.
나아가 대검은 불신의 대상을 진실화해위에서 하급심으로 돌렸다. 대검은 "현재까지 진실화해위의 재심권고 결정이 있는 경우 하급심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없다"며 "현재 하급심은 재심사유에 관해 엄격히 심리하지 않은 채 무비판적으로 (진실화해위) 결정을 수용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진실화해위 결정을 곧바로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인지, 아니면 재심사유 존부를 엄격히 심리할 것인지 (대법원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며 대법원을 강하게 압박했다.
아울러 대검은 "(죽산 측 변호인은 의견서에서)'검찰이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는 극언마저 삼가지 않고 있다"며 변호인과의 공방에 나섰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죽산에 대한 유죄판결의 주요증거인 양이섭(사형) 진술은 불법구금에 의한 허위진술이고,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육군특무부대의 불법적 수사였다고 결론 내렸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