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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란의 미디어 비평] 수용자 위주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 공급자 마인드 못버린 수신료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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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란의 미디어 비평] 수용자 위주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 공급자 마인드 못버린 수신료 인상

입력
2010.07.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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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 이안 앵이 (1991)라는 저서에서 말했듯 '시청자'란 손에 잡히는 실체가 아니다. 미디어 기업, 광고주, 정치조직, 여론조사기관 및 광고사가 개발ㆍ관리ㆍ활용 목적에 따라 ○○미디어의 '구독자' '청취자' '시청자' 란 다양한 이름들을 만들어 사람들에 부여한 인위적 산물의 성격이 강하다. 사실 라디오 개그쇼를 들으며 정론지의 사설을 읽고, 토론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보다가도 드라마로 훌쩍 옮겨가 웃고 우는 식으로, 우리의 일상적 시청경험이란 다면적이고 변덕스럽기 이를 데 없다.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시청자의 모습은 한층 복잡다변하게 나타난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방송의 채널이나 편성의 인식은 매우 희박하다. 오죽하면 '본방 사수'가 마니아 팬의 필수항목이 될 정도로, 방송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생활리듬에 적합한 향유방식을 직접 만들어내기를 선호한다. 케이블 채널의 재방송이나 인터넷의 다시보기를 활용하거나 글로벌하게 구성된 또래 네트워크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주고받는 피투피(P2Pㆍperson-to-person) 문화를 즐긴다.

이렇듯 나날이 변모하는 시청자에 무지한 태도는 시청자 집단을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는 탐욕만큼이나 나쁜 부작용을 낳는다. KBS 수신료 인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수신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과 시청자의 관계맺기 방법이 재설정되어야 할 근본적 필요를 알리고 있다. 1981년 이후 2,500원으로 유지되어 온 현재의 KBS '수신료'는 이용 내용에 대한 지불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전해지는 전파를 받는다는 근거에서 돈을 내도록 정해진, 매우 독특한 제도다. 전기나 수도보다도 획일성과 강제성이 강한 요금방식인 것이다. 더군다나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개별 콘텐츠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커지는 한편, 기기 및 서비스가 통합ㆍ세분화되면서 그 요금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이러한 미디어 이용 방식에 익숙해진 시청자들로 하여금, 돌연 TV 수신료를 더 내도록 만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애초부터 자명하다.

심지어 정치적인 갈등까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요금 상승에 대한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주장하는 쪽의 합리적이며 진정어린 설득의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그럼에도 현재 나타나는 양상은 시청자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명목만 반복될 뿐, 납득할 만한 근거 제시 및 여론 수렴의 과정이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은 채 기존의 2배가 넘는 수신료 인상안이 무작정 제시되는 인상이 강하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찬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절차적 합리성의 결핍 때문에 저항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거칠고 강압적인 모양새인 것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동감하지만 지금의 이런 상태나 방식에 있어서는 반대라고 말한다면, 이는 KBS의 시청자들이 존중받고 포용되기보다는 전파 수신자라는 수동적인 집단으로 손쉽게 처리되는 느낌을 오랫동안 받아왔기 때문이며, 이러한 태도를 개선하지 않는 KBS에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한 나라에 한 대 있을까 말까 했던 슈퍼 컴퓨터를 개인 누구나 한두 대씩은 가지고 노는 것이 오늘날의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이라 한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바뀌면, 그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하는 것이 순리이다. 변화의 흐름에 열려있고 자기체질 개선에 끊임없이 경주하는 미디어만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30년 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미디어는 30년 전에 마련되었던 그 자리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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