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행법상 금지돼 있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뇌물공여 피의자에게 시도한 정황이 법원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성지용)에 따르면, 유흥업소 운영자 서모씨는 전직 세무서 간부 이모씨가 제기한 파면처분 취소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08년 뇌물 공여 혐의로 체포됐을 때, 검찰로부터 '고위 공무원에 뇌물을 줬다고 실토하면 구속을 면해 주고 형량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세무서 과장 정도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해도 문제 없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이씨에게 총 1,7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거짓 진술을 했다고 서씨는 진술했다. 이러한 수사내용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국세청은 이씨를 파면했고, 이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씨가 조사받을 당시 집행유예 기간이라 크게 위축돼 있었던 데다, 검찰의 제안에 따라 처벌 부담을 줄이고자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고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시도했다는 서씨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해 준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서씨에 대해선 뇌물공여 혐의를 빼고 조세포탈 혐의만 적용해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그러나 "업주를 상대로 형량을 줄여주겠다고 회유한 기억이 없다"며 "형사재판이 아닌 행정소송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말이 인정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현재 살인ㆍ강도ㆍ뇌물 등 특정 범죄수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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